[르포] "신공장으로 반도체 호황 대응"… 차세대 패키지기판 핵심 기지

전혜인 2023. 11. 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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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세종사업장
국내 사업장 유일 단일제품 생산
생산설비 통합 5공장 내년중 가동
2.5D로 슈퍼사이클 본격 대비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살피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 해 주는 패키지기판을 만드는 삼성전기 세종사업장도 분주해졌다. 한 쪽에서는 생산, 다른 한 쪽에서는 증설을 하느라 공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원래 반도체를 보호하고 포장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던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역할은 이제, 초미세 공정 반도체의 성능을 더 극대화하는 핵심 부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2일 찾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지난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을 시작으로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으로 일본산 기판 독점 시대를 마감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부산사업장과 함께 반도체 패키지기판 주요 생산거점으로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이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등 기판이 아닌 다른 제품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종사업장은 삼성전기 국내 사업장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패키지기판 단일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약 1800명의 직원이 5만3000여평의 부지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AP, 메모리 반도체, 5G 안테나와 같은 통신모듈 및 전장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패키지기판을 생산 중이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단자 사이 간격이 100㎛(마이크로미터) 수준인 반도체 칩과 350㎛인 메인기판이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기판이 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날 세종사업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반도체기판 제조 공정은 반도체 생산과 유사했다. 혹시나 모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화장도 불가하다.

방진복과 방진모로 입고 있던 옷과 머리카락을 전부 감추고 나서도 생산 라인에 입장하기 위해 에어샤워를 거쳤다. 공정을 회로 배선을 구현하고 적층, 도금 등을 진행하는 전공정과 회로 형성 후 기판에 형성된 회로의 손상 및 성능 저하 방지를 위해 표면처리를 하는 후공정으로 나누는 것 역시 반도체의 생산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패키지기판의 핵심 기술은 반도체가 점점 더 미세화됨에 따라 이를 따라가기 위한 미세회로를 구현하고 이를 가공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크기에 따라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앞뒤로 회로를 쌓아올리며 여러 층을 만들어낸다. 층 사이에도 회로가 연결되야 하는 만큼 각 층을 연결해주는 구멍을 만드는 것에도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특히 세종사업장은 '임베딩'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 임베딩 공법이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로,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현재 총 4개의 생산동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인 5공장 건설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성능 향상에 따라 초미세화공정이 적용된 패키지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스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를 비롯해 퀄컴,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RM CPU를 기반으로 하는 자체 칩 생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 패키징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필수 부품인 패키지기판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건설 중인 신공장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공장은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제를 적용해 제품 생산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심규현 삼성전기 세종제조기술팀장(상무)은 "반도체 시장이 최근 다운턴을 보이고 있지만 고객사들의 비축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고 시장이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준공될 신공장을 앞세워 ARM CPU와 전장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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