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실업급여 백태] 가짜 이직서류 만들고 배우자 명의로 받고···두달새 380명 덜미

세종=양종곤 기자 2023. 11. 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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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5~7월 부정수급 특별점검]
380명 부정수급···금액 19.1억 달해
사업주 공모해 가짜 서류 꾸미기 횡행
매년 2만명선···재원인 고보기금 악화
당정, 개편 논의···저소득층 보호 관건
1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하반기 정보보호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대전에 거주하는 A씨는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임금이 밀리자 정부의 임금체불 지원금인 대지급금 900만 원을 받았다. A씨는 대지급금을 받으면서 근무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장 사장과 가짜 이직 서류를 만들고 정부로부터 6회에 걸쳐 600만 원 규모의 실업급여를 수령했다. 전북에 사는 B씨는 2021년 3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9회에 설쳐 실업급여 1500만 원을 받았다. B씨는 본인이 같은 해 4월부터 취직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사업주와 짜고 자신이 아닌 배우자가 취업한 것처럼 거짓 신고하는 방식을 썼다. 본인은 계속 실업급여를 타면서 배우자도 차후 또 다시 불법으로 실업급여를 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00명에 가까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가 덜미를 잡혔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몇년째 2만여명 선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당정은 실업급여 수급 요건과 단속을 강화해 실업급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5일 고용노동부가 올 5~7월 실업급여 부정수급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부정수급자는 380명을 기록했다. 이들의 부정수급액은 19억1000만 원이다. 고용부는 이들에게 추가징수를 포함해 36억2000만 원 규모 반환 명령을 내렸다. 또 380명 중 217명은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등 사법 처리를 받았다. 고용보험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취업을 하고도 실업급여를 받거나 대지급금과 실업급여를 동시에 받는 위법 사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실직자의 소득감소 보전과 재취업을 돕기 위해 도입된 실업급여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결과 반복수급은 2019년 8만6000명에서 지난해 10만2000명으로 늘었다. 부정수급도 몇 년째 2만20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실업급여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우려가 나온다. 경영계는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 수준이 높고 수급 요건이 느슨하다며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구조 탓에 취업 보다 실업급여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은 실업급여를 수령한 실업자의 재취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 악순환도 만들었다.

다른 우려는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고보기금) 재정 상태다. 2017년 10조2000억 원이었던 고보기금은 ‘정부의 빌린 돈’을 빼면 약 4조원 규모 적자다. 고보기금이 작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예수금은 10조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정부가 제도적으로 실업급여 지출 규모를 늘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때 신청이 급증한 결과다. 게다가 고보기금은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육아휴직과 같은 모성보호급여 재원기금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당정은 실업급여 부정수급 단속과 실업급여 제도 개편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해외 체류 기간 타인을 내세워 수급하는 방식의 부정수급을 중심으로 추가 점검에 나선다. 고용부는 올해 하한액, 수급 요건, 수급 횟수 등 실업급여 제도 전반에서 개선안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부정수급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의 실업급여 제도 개편 방안은 아직 서랍 속에 있는 상태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가 노사 부담으로 조성된 고보기금을 직접 개편하려는 상황 자체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업급여 개편이 재원 기금 효율화를 꾀하되 취약 계층 보호 역할 축소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정부의 딜레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 국정감사를 앞두고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관한 보고서에서 “반복수급 제한은 실업자의 생계 불안을 줄인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날 수 있고 취약계층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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