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에 분주해진 금융지주···두 번째 상생금융 방안에 무엇 담기나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에 이어 또다시 은행의 ‘이자 장사’를 질타하자 5대 금융지주가 현재 시행 중인 ‘상생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올해 두 번째 상생금융 패키지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비판한 고금리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정책을 지속한 결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경기 회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이 마련한 대책은 효과가 오래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단행되는 정부의 긴축은 경기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했거나 준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갑질하고 있다’고 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은 특히 오는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에 ‘숙제’를 제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주요 은행 중 첫 번째로 지난 3일 소상공인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 고객 11만5500여명에게 캐시백 형태로 대출 이자 665억원을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하나은행은 또 소상공인들에게 에너지 비용, 통신비, 사업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상생금융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거나 이자를 면제하는 방안, 자영업자의 입출식 예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NH농협금융도 조만간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차주의 이자를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시행 중인 상생금융 프로그램의 기간을 연장하거나, 금리 인하 폭 등을 더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이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를 국내 은행이 조장한 게 아닌데도 마치 은행권이 담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부러 금리를 올린 게 아니라, 주요국이 강한 통화 긴축을 이어가면서 금리가 오른 것”이라며 “현재의 고금리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인데, 정부는 이를 은행의 인위적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를 살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기보다,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소상공인의 형편이 어려워진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고금리에 정부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면서 연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마다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쓰고, 서민금융·신용보증 재원 등에도 수천억을 출연한다”며 “정부가 왜 자꾸 은행에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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