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값 낮추고 크기 줄인 ‘보급형’ 출시 드라이브 [이슈 속으로]

백소용 2023. 11.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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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가격 앞세워 소비자 유혹
기아, 소형·준중형 SUV 전기차 선봬
보조금 지원 받으면 3000만원대로
KG모빌리티, 토레스EVX도 가격↓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반값 경쟁’
테슬라, 2만弗대 중소형 모델 개발 중
그동안 높은 가격이 구매 걸림돌로
원가 낮춰 판매 확대… 시장선점 꾀해
성장 속도 ‘주춤’… 수익 불투명 우려
테슬라·GM 등 美 자동차 기업들
대선 앞두고 생산·투자 축소 잇따라
현대차는 전략변경 없이 목표 유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저렴하고 크기가 줄어든 입문자용 전기차를 내놓으며 가격 부담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로 접어드는 단계에서 판매 규모를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아 전기차 제품군. 왼쪽부터 EV6 GT, EV4 콘셉트카, EV5, EV3 콘셉트가, EV9 GT 라인.
◆보급형 전기차 잇따라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12일 ‘2023 기아 EV(전기차) 데이’ 행사를 열고 향후 출시할 보급형 전기차 제품군을 공개했다.

이날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더 기아 EV5가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소형 전기차인 EV3(SUV)와 EV4(세단)의 콘셉트카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EV3와 EV4는 내년에, EV5는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제품 모두 대중화를 내세웠다. 기존에 기아가 출시한 전기차인 EV6, EV9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의 구입 부담을 낮춘 것이다. 판매 예상 금액은 3만5000∼5만달러(약 4700만∼6700만원)다. 가장 저렴한 EV3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300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인 높은 가격 문제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가격을 낮춘 새로운 제품군을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국내에 최근 출시한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KG모빌리티는 중형 SUV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 ‘토레스EVX’를 최근 출시하고 사전계약 때 제시한 가격보다 100만∼200만원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E5 트림은 475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 중형 SUV 수준인 3000만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 및 보급 확대는 물론 내년도 보조금 인하를 고려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향후 출시할 보급형 전기차의 가격을 앞세워 ‘반값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격 경쟁에 불을 댕긴 미국 테슬라는 2만달러(약 2700만원)대 중소형 전기차 모델2를 개발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향후 출시될 소형 SUV 전기차 ID.2올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가격이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BYD는 4월 자국에서 출시한 1000만원대 소형 해치백 전기차 시걸을 유럽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 GM은 중형 SUV 전기차 이쿼녹스 EV를 연말쯤 선보일 예정인데 가격은 3000만원대로 예상된다.
테슬라 모델Y.
폴크스바겐 ID.2올 콘셉트카.
◆가격 낮춰 전기차 보급 확대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가격 낮추기 경쟁은 세계적으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전기차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갖는 ‘얼리 어답터’를 넘어 일반 소비자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를 시장에 흡수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과 주행, 안전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당장 손댈 수 있는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높은 가격 부담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 말 미국의 차량 가격비교 사이트 오토리스트가 미국 소비자 3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응답자의 42%가 가격을 꼽았다. 전기차 가격은 통상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30∼40% 비싸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왔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11만7611대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한 2019년 이후 1∼3분기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2019년 2만5586대, 2020년 3만5578대, 2021년 6만9023대, 2022년 11만9841대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기차 판매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저가 전기차의 인기는 높다.

기아가 9월21일 판매를 시작한 레이 EV는 한 달 만에 6000대가 계약돼 올해 판매 목표치로 잡은 40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레이 EV의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205∼233㎞로 짧은 편임에도 2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판매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중형 SUV 모델Y의 중국산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다. 그 결과 올해 부진했던 모델Y의 9월 판매량은 전월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4206대를 기록하며 단숨에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판매하던 기존 모델 가격(787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낮은 5699만원으로, 보조금을 반영하면 5000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중국산 제품, 짧아진 주행거리 등의 단점까지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시장에서 생산 원가를 낮추고 시장을 선점한 뒤 대량 판매를 할 수 있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시장 둔화에… 전기차 투자 속도조절 나선 완성차업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상에 못미치면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사업 계획 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정책의 향배가 걸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다르면 미국 주요 완성차 기업이 최근 잇따라 전기차 사업 축소 계획을 밝혔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경제 상황을 우려하며 멕시코 테슬라 생산공장(기가팩토리) 건립 추진 일정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는 최근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일본 혼다와 2027년부터 보급형 저가 전기차를 만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짐 팔리 포드 회장도 전기차 투자 계획 중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를 축소하고, SK온과 합작해 건설 예정인 켄터키 2공장 가동도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테슬라 코리아 제공
이 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 확대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투자 대비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S&P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년에 비하면 둔화한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법(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자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뀔 경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어서다.

미국 외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시장 향방을 주시 중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며 전동화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전기차 판매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만큼 당장은 전기차 전략을 변경하지 않고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잠깐의 허들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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