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값 낮추고 크기 줄인 ‘보급형’ 출시 드라이브 [이슈 속으로]
기아, 소형·준중형 SUV 전기차 선봬
보조금 지원 받으면 3000만원대로
KG모빌리티, 토레스EVX도 가격↓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반값 경쟁’
테슬라, 2만弗대 중소형 모델 개발 중
그동안 높은 가격이 구매 걸림돌로
원가 낮춰 판매 확대… 시장선점 꾀해
성장 속도 ‘주춤’… 수익 불투명 우려
테슬라·GM 등 美 자동차 기업들
대선 앞두고 생산·투자 축소 잇따라
현대차는 전략변경 없이 목표 유지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12일 ‘2023 기아 EV(전기차) 데이’ 행사를 열고 향후 출시할 보급형 전기차 제품군을 공개했다.
이날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더 기아 EV5가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소형 전기차인 EV3(SUV)와 EV4(세단)의 콘셉트카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EV3와 EV4는 내년에, EV5는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제품 모두 대중화를 내세웠다. 기존에 기아가 출시한 전기차인 EV6, EV9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의 구입 부담을 낮춘 것이다. 판매 예상 금액은 3만5000∼5만달러(약 4700만∼6700만원)다. 가장 저렴한 EV3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300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중형 SUV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 ‘토레스EVX’를 최근 출시하고 사전계약 때 제시한 가격보다 100만∼200만원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E5 트림은 475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 중형 SUV 수준인 3000만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 및 보급 확대는 물론 내년도 보조금 인하를 고려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향후 출시할 보급형 전기차의 가격을 앞세워 ‘반값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가격 낮추기 경쟁은 세계적으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전기차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갖는 ‘얼리 어답터’를 넘어 일반 소비자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를 시장에 흡수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과 주행, 안전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당장 손댈 수 있는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높은 가격 부담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 말 미국의 차량 가격비교 사이트 오토리스트가 미국 소비자 3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응답자의 42%가 가격을 꼽았다. 전기차 가격은 통상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30∼40% 비싸다. 그래서일까.
기아가 9월21일 판매를 시작한 레이 EV는 한 달 만에 6000대가 계약돼 올해 판매 목표치로 잡은 40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레이 EV의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205∼233㎞로 짧은 편임에도 2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판매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상에 못미치면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사업 계획 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정책의 향배가 걸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다르면 미국 주요 완성차 기업이 최근 잇따라 전기차 사업 축소 계획을 밝혔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경제 상황을 우려하며 멕시코 테슬라 생산공장(기가팩토리) 건립 추진 일정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는 최근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일본 혼다와 2027년부터 보급형 저가 전기차를 만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완성차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법(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자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뀔 경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어서다.
미국 외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시장 향방을 주시 중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며 전동화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전기차 판매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만큼 당장은 전기차 전략을 변경하지 않고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잠깐의 허들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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