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서 원하니 나가라"…해고하고 임금 깎은 원청

장영준 기자 2023. 11.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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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파견직 직원을 하루 아침에 해고하거나 임금을 깎는 등 원청의 실질적 지배에 따른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메일 1천507건 중 원청 갑질 관련 문의는 52건(3.5%)으로 집계됐다. 제보 사례를 보면 원청사업주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징계·해고, 임금, 휴가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통제하고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반 동안 접수된 이메일 제보 2천854건을 전수조사해 원청 갑질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았던 상담 유형은 원청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괴롭힘(55.6%)이었다. 원청의 인사 개입(23.5%), 하청업체 변경 시 문제(13.1%) 역시 적지 않았다.

파견직 비서로 일하는 A씨는 사업사용주의 전화 한 통으로 퇴사권유를 받았다. 단지 하루 아침에 보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파견사는 A씨를 먼 근무지로 발령냈다. 이 마저 거부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협박도 함께였다. 이후 A씨는 사용주가 새 비서를 뽑고 싶어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수출입 화물 하역, 적재 업체의 용역사에서 근무하는 B씨는 일방적으로 임금이 삭감된 경우다. B씨는 원래 근무지와 다른 곳에서 다른 작업을 하도록 요구받을 때가 있어서 왕복 이동 차편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원청사의 분노 뿐이었다. 결국 그날 B씨는 오후분 일당을 제한 임금을 받아야 했다. 소속 용역업체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실질적으로 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감독하는 원청사도 있었다. 프로젝트 용역직원인 C씨는 원청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원청 측 담당자들이 본인들의 업무를 용역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C씨는 수차례 사무실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원청 측에서는 거절했다.

이처럼 부당한 상황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제대로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가 없다'는 이유로 마땅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2조가 원청사업주로 하여금 이익만 챙기고 책임을 회피할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게 직장갑질119 측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원청사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채용, 근로조건, 인사, 해고, 작업지시 등 근로관계 전방위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자로 군림하고, 하청사는 원청과의 계약관계를 핑계로 나몰라라 하는 행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앞장서서 법안에 힘을 실어주진 못할망정, 오히려 법원과 국제노동기구의 결정을 거슬러가며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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