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넥실리스, 말레이 동박공장 가동···“기술력·원가 경쟁력 모두 잡았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차로 40분가량 이동하자 축구장 23개 크기(연면적 16만2700㎡)의 SK넥실리스 1공장이 나타났다. SK넥실리스는 이곳에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한다.
동박은 이차전지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며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코타키나발루 동박 공장은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생산 거점이다. 동박 수요가 늘자 SK넥실리스는 국내 정읍 1~6공장에 이어 2021년 7월 코타키나발루 1공장을 착공했다. 이곳에서 지난달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1공장에 이어 2공장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내년 5월부터 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동박 생산능력은 연간 5만7000톤 규모가 된다.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구축 중인 동박 공장도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어 2025년 SK넥실리스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은 총 16만6000톤으로 업계 최대 수준이 된다.
◇최신 기술 집약···“압도적 원가 경쟁력 확보”
동박은 원재료 구리를 녹여 도금액을 제조하고(용해), 구리 용해액에서 구리 이온을 티타늄 드럼에 들러붙게 해 동박을 만든 뒤(제박),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폭으로 동박 롤을 자르는(슬리팅) 과정으로 생산된다. 이후 품질검사를 거쳐 고객사에 공급된다. 가장 얇은 동박 제품의 두께는 머리카락 30분의 1 수준인 4㎛로 미세한 만큼 찢어지거나 주름 없이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코타키나발루 1공장 제박 공정은 무게가 10톤에 이르는 직경 3m 대형 드럼(제박기)에서 이뤄진다. 드럼에서 얇은 구리막을 뽑아낸 뒤 롤 형태로 감아 동박을 만든다. 드럼이 클수록 투입 전류가 늘어나고 더 많은 동박을 만들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되는데, 3m 드럼은 경쟁사(2.7m)보다 10% 이상 크다. 생산성은 약 20% 높아진다.
공정이 끝난 동박을 다른 제조 과정으로 운송할 때 자율주행 크레인을 이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동박 롤은 무게가 6~7톤에 달하는데, 자동 크레인을 활용하면 노동자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동박업계에서 자율주행 크레인을 공장에 도입한 건 SK넥실리스가 최초다.
김자선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 동박생산실장은 “국내 정읍공장은 가동을 시작한 지 27년이 됐고 과거와 최신 기술이 혼재돼 있어 복잡하다”며 “코타키나발루는 최신 기술만 반영해 지어진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전력 단가가 타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으로 낮다. 동박 제조원가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인건비가 낮다는 이점도 있어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신동환 법인장 “동박 무한경쟁, 중국과 붙어도 승산”
이곳에서 생산된 동박은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 배터리 공장으로 납품된다. 말레이시아는 동북아, 유럽, 미주가 모두 가까워 해상 운송과 물류 측면에서 지리적 요충지로 꼽힌다.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중국 업체들이 동박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체 생산규모로 보면 현재 공급 과잉인 상황이 맞다”면서도 “코타키나발루 공장에서는 고연신·초극박·초고강도 동박 등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원가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중국업체와 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60여개의 동박업체들이 포진한 무한경쟁 시대에서 원가를 낮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 어느 공장과 비교해도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힘이 됐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은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세를 100% 면제받는 혜택을 제공받았다.
풍진제 사바주 산업부 장관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합작해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며 “SK그룹이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바주가 더 많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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