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중대형 트랙터로 유럽 공략… “내년 1400억원 매출 목표”

델프트(네덜란드)=장우정 기자 2023. 11.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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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130~140마력대 트랙터 첫선
“연간 18만대 시장인 유럽 트랙터 시장에서 61마력 이상인 중대형의 비중은 72%에 달한다. 대동은 도심 조경, 도로 관리용으로 사용되는 중소형 트랙터(20~60마력)에서 지난해 평균 7%(독일·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시장 수요가 훨씬 큰 농업용 중대형 트랙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내년 유럽법인이 1억유로(약 1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강승구 대동 유럽 법인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델프트시에서 유럽 20개국, 50여명의 총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3년 카이오티 유럽 총판(National Distributor·국가별 수입 판매사) 대회’에서 “국내 트랙터는 연 1만대 시장이지만, 유럽은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동은 국내에선 ‘대동’, 해외에선 ‘카이오티(KIOTI)’ 브랜드로 트랙터를 판매하고 있다.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고, 독일(직접 판매)을 제외한 유럽 24개국에서 총판 체계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동은 내년 1분기에 신형 RX 트랙터(60~80마력), 프리미엄 모델인 뉴 HX1301(132마력)·HX1401(142마력)을 출시한다. 130~140마력대 트랙터를 유럽 시장에 내놓는 것은 국내 업체 중에선 처음이다. 대동은 일부 시제품을 총판 대회 기간에 전시하고 관계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카이오티 총판 ‘폴스(Pols)’의 프랑수아 반 데르 폴스 대표는 “농업용 중대형 트랙터는 오래 작업하는 기계라 편안해야 한다. 캐빈(운전석)을 보니 (승차감이나 레버·스위치 배열 등을) 인체공학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평했다.

강승구 대동 유럽법인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열린 ‘2023년 카이오티 유럽 총판대회’에서 내년 출시될 신규 트랙터와 회사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대동 제공

◇ “오후 2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부품 배송”

글로벌 산업 전문 리서치기관 프리도니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농업용 트랙터 시장 규모는 84조원(금액 기준)이었고, 이 가운데 유럽은 23조원으로 미국(22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동은 지난 8~9월에 본사 글로벌사업본부, 유럽법인 임직원 등을 중심으로 ‘유럽 사업 활성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20개국을 돌며 시장을 조사하고 총판 역량을 점검·평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대형 트랙터 본격 진출이라는 결론을 냈다. 중대형 트랙터 단가는 소형보다 3~5배 비싸고, 수익성도 2배 정도 좋은 만큼 구조 전환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유럽 전체 트랙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한 대동은 중대형 신제품 출시와 함께 브랜드 경험 기회를 늘리고 서비스·부품 공급에 공을 들여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보증 기간을 업계 최대 수준인 5년으로 하고 필요 부품의 적기 공급률을 현 80%에서 9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본사가 총판에 필요 부품 리스트를 공급하고, 총판 산하 딜러사가 이를 선구매해 구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동은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부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고를 되사는 ‘부품 반입 정책’도 시행할 계획이다.

크누트 짐머 독일 총괄 영업 매니저는 “농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중대형 트랙터는 총판 딜러사들이 부품을 빨리 제공해야 서지 않고 운행할 수 있다”면서 “오후 2시까지 부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이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대동 총판 관계자들이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중대형 트랙터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대동 제공

◇ 로봇모어·소형 건설장비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대동은 중장기적으로는 농기계 업체에서 종합 장비업체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 유럽 시장에 가드닝(제초) 로봇인 ‘로봇모어(Robot Mower)’를 선보인다. 로봇모어는 로봇청소기처럼 정해진 구역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제초하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이다. 북미보다 주택 면적이 작은 유럽에선 쉽고 편리하게 정원·마당 관리를 할 수 있는 로봇모어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아리즈톤에 따르면 유럽 로봇모어 시장은 지난해 205만대에서 2027년 362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스키드로더, 트랙로더 등 소형 건설 장비도 유럽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키드로더는 동체 전면에 큰 바스켓이 있어 자재나 흙, 분변 등을 퍼 나르거나 치우는 데 쓰인다. 트랙로더는 바퀴 대신 고무 트랙을 설치해 더 강력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강 법인장은 “중대형 트랙터, 소형 건설 장비 등에 집중 투자해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쓸 것”이라며 “유럽 법인은 내년 매출 1억유로(약 1400억원)를 올려 올해(5200만유로 예상)보다 두 배가량 늘리고, 5년 뒤인 2028년엔 3억5000만유로(약 5000억원)를 달성해 글로벌 거점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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