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랙터'와 폴인럽...네덜란드 농기계 수입상의 20년 순애보
네덜란드 농기계 수입업자 프랑수와 반 더 폴스와 한국 농기계 회사 대동의 인연은 어느 순정남과 여성의 사랑 이야기 같다. 모든 건 2003년에 시작됐다. 당시 프랑수와는 농기계 수입업자가 아니라 단순 딜러였다. 다른 수입업자가 들여온 프랑스 르노 농기계를 받아다 팔았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4대째 한 사업이지만 매출이 크지 않았다. 아버지는 수입업을 하고 싶어했다. 프랑수와에게 판매 계약을 맺을 농기계 제조사를 알아보게 했고, 프랑스와는 한국에 다녀왔다는 한 수입업자에게서 대동의 트랙터 사진을 건네 받았다.
프랑수와 아버지의 요구는 까다로웠다. 스펙이 뒤떨어지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평범하면 안 됐다. 웬만한 기능은 갖춰야 했고, 안에 타면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해야 했다. 프랑수와는 대동 트랙터 안팎의 사진을 보고 "우리가 찾던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같은해 4월 영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대동이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영국행 티켓을 끊었다. 대동 트랙터를 직접 봤고, 2주 만에 대구의 대동 공장을 찾아갔다. 이윽고 3개 모델을 수입하기로 했다.
20년 전 유럽에서 대동 트랙터를 팔던 수입업자는 없었다. 대동과의 계약은 성공을 보장하지 못했고, 어쩌면 가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이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불안하지는 않았나'는 질문에 프랑수와는 "느낌이 좋았다"며 "트랙터는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좋으면 끝까지 좋다"고 했다.
프랑수와의 느낌은 옳았다. 1억원이 넘는 트랙터가 매년 100대 넘게 팔려 대동과 20년 인연을 맺었고, 프랑수와는 이제 대동 트랙터를 50개 모델 넘게 판매한다. 사업 범위를 6개국으로 넓혔다. 농업 강국인 프랑스에서 대동 트랙터만 판매해 시장 점유율 8%를 차지한다.
그 사이 대동도 성장했다. 2010년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유럽 24개국에 딜러를 통해 농기계를 판매하고, 최대 농업국 중 하나인 독일은 현지 사무소를 세워 직판한다.
대동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농기계 딜러 대회를 열고, 내년 중 60마력 이상 중대형 트랙터 제품을 늘려 유럽에서 내년은 올해 예상 매출의 두배인 1400억원(1억 유로), 2028년은 5000억원 매출을 거두겠다고 발표했다. 목표치가 높지만, 중대형 트랙터는 기존에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던 제품이고 유럽 트랙터 시장의 과반을 차지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프랑수와는 20년 동안 대동 트랙터만 팔았다. 그는 대동이 출시할 중대형 트랙터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매출 목표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첫번째 이유는 '작업 편의성'이다. 대동이 내년에 출시하는 중대형 트랙터들은 내부 버튼과 소음, 진동을 줄여 초보자도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수와는 "트랙터는 거친 밭에서 몰기 때문에 처음 타봤을 때 '나랑 맞는다'는 느낌이 중요한데, 그 좋은 느낌이 대동이 특출난 부분"이라며 "유럽도 최근 농부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 저연차, 외국인, 저숙련 농부도 시트에 앉으면 어떻게 조종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트랙터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대동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젤 엔진의 시험 성적이 좋고, 5년 품질 보장을 하고, 엔진과 엑셀, 송출기 등 부품을 대부분 자체 생산해 부품만 조달하면 고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유럽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동은 유럽 딜러들이 고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일부 부품을 선구매하도록 했다. 부품이 일정 기간 사용되지 않으면 대동이 비용을 보전해 되사기로 했다.
프랑수와는 중대형 트랙터로 2026년까지 유럽 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스스로 이것이 "High Goal(높은 목표)"라 했다. 기존에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던 제품군이라 "딜러들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하고 도급업자, 농업 법인 등 전혀 다른 소비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동 트랙터는 유럽과 미국에서 '카이오티(KIOTI)'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팔린다. 맹수인 '코요테'에서 딴 이름으로 영어라 유럽인들에게 친숙하다. 프랑수와는 "카이오티란 브랜드 이름에 잠재력이 있다"며 "어떤 나라에 가도 쓸 수 있는 단어인데 브랜드로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델프트(네덜란드)=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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