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회사' 대동의 전기스쿠터는 난폭운전을 잡는다
전기스쿠터 시장, 중국산에 뺏겨...대동이 되찾고 유럽 간다
올해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한 스쿠터가 고장이 났고, 라이더가 제조사인 대동에 "스쿠터가 이상해 작동하지 않는다", "무상 수리해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스쿠터를 올 4월에 출시했으니 구매하고 얼마 안 된 시점의 일이었다. 하지만 대동 개발자들은 품질에 자신 있었다. 텔레매틱스를 확인하니 라이더가 난폭운전을 한 정황, 그러다 스쿠터를 크게 한번 쓰러뜨린 정황을 포착했다. 무상 수리는 없는 일이 됐다.
원래 농기계 회사지만, 대동은 올해부터 '전기 스쿠터' 사업을 하고 있다. 가격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중국산보다 비싸 시중에 소량만 판매됐다. 가격이 비싼 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텔레매틱스'다. 스쿠터의 운행, 사고 기록이 서버에 자동 저장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당초 구매자의 '보험료'를 낮춰주려고 개발됐다. 스쿠터는 블랙박스가 없어 사고가 나면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보험료가 자동차보다 비싸다. 텔레매틱스는 구매자의 운전 습성을 알려주고, 사고가 나면 당시 상황을 알려줘 보험료를 낮춰준다. 대동은 전기 스쿠터를 개발하는 초기부터 텔레매틱스를 함께 개발했는데, 해당 기술이 난폭 운전을 잡아주고 있다고 한다.
난폭 운전은 텔레매틱스에 기록된다. 인도 주행, 횡단보도 주행, 역주행 모두 정황이 남는다. 스쿠터는 번호판이 뒤에 달려 과속, 신호위반을 해도 감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번호판을 앞에 달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지만 법 제정은 안 되고 있다. 스쿠터를 만드는 대동의 계열사 대동모빌리티 박천일 LM사업본부장은 "해결이 더딘 난폭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동모빌리티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대동이 네덜란드에서 개최한 농기계 총판 대회장에 전기 스쿠터 GS100을 공개했다. 기존 스쿠터는 방전되면 완충된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방식인데 대동 스쿠터는 충전식이다. 세르비아에서 농기계 딜러를 하며 전기 스쿠터도 판매하는 블라디미르 바실레비치는 칭찬 일색이었다. 세르비아도 배달 플랫폼 사용이 활발해 배달 스쿠터 수요가 많다고 한다. 3~4년 전기 스쿠터를 팔며 대게 중국산을 판매했는데 "모터, 휠, 앞유리창, 조작부 전부 대동 제품이 훨씬 낫다"고 했다.
대동은 국내 전기 스쿠터 시장 점유율을 먼저 높이고 유럽 시장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전기 스쿠터는 한해 1만5000대 가량 판매되는데, 올해 시장에 진입한 대동은 점유율이 아직 미미하다. 국내 시장은 중국산이 잠식했다. '국내산'이라 찍힌 제품도 있지만 중국에서 들어온 완제품에 일부 부품을 장착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중국산이다.
국내 이륜차(오토바이) 업계 자체가 고사한 상황이다. 원래 대림과 효성이 있었지만 혼다 같은 일본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니 기술 경쟁에서 밀렸고 가격 경쟁을 위해 중국 OEM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제품 생산은 중국 회사가 하고 상표만 국산으로 붙였다. 자연스럽게 전기 스쿠터도 중국산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산화율이 92%인 대동 제품이 출시됐지만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대동 스쿠터는 600만원, 중국산 스쿠터는 300~600만원이다. 중국산은 가격이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고장이 잦다. 장마철에 비를 맞고 운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일도 있다. 구매 3개월밖에 안 됐는데 고장이 나는 경우도 잦다.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자들이 대게 "재설계" 요구를 묵살한다고 한다. 한국에 판매되는 대수가 적기 때문이다. 스쿠터가 고장나 부품을 조달하려 해도 "부품을 대량 구매할 것이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려 수리가 불가능한 일도 있다.
휘발유로 달리는 내연기관 이륜차와 비교하면 전기 스쿠터가 갖는 장점은 많다. 이륜차는 정화 기관이 없어 자동차보다 20~30배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환경부는 2~3년 전부터 전기 스쿠터 구매 보조금 지급 사업, 충전소 설치 사업을 하고 있다.
대동의 전기 스쿠터는 10가지 부품을 뺀 250가지를 국내에서 제조한다. 중국산 스쿠터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지만 대동은 에너지 효율이 좋고 안정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한번 충전하면 40km를 달릴 수 있다. 배달 라이더가 하루 평균 100~150km를 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최소 세번은 충전해야 하는 셈이다. 충전 스테이션 설치가 관건인데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더디지만 매년 일정한 개소를 설치하고 있다.
대동 모빌리티는 그밖에 골프카트, 스마트체어, 무인배달로봇, 로봇형태의 소형 모빌리티 개발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체인, 농기계 작업기를 생산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지난해 1102억원에서 내년은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겠다고 목표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3년 안으로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델프트(네덜란드)=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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