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200만대 배터리 '동박' 책임진다…'축구장 23개 크기' SK 말레이 공장[르포]
연 5.7만톤 동박 생산…내년 2공장 완공
(코타키나발루=뉴스1) 배지윤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SK넥실리스 1공장. 생산시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지름 3m의 거대한 원통형 드럼 60대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드럼에서는 알루미늄 은박지 8분의 1수준의 얇은 구리막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얇은 형태의 구리막은 2차전지의 음극재를 감싸는 핵심 소재 '동박'이다.
지난 2021년 착공한 축구장 23개 크기, 연면적 16만2900㎡ 규모의 말레이시아 SK넥실리스 공장에서는 두께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안팎의 얇은 막 형태의 동박을 지난달 23일 첫 출하했다. 2번째 공장이 내년 1분기 완공해 출하에 들어가면 연간 5만7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법인 관계자는 "당초 1, 2공장 합계 연산 5만톤 규모로 공장을 설계했는데, 그동안 축적한 생산성 향상 기술을 모두 적용해 5만7000톤 규모로 늘어난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며 "전력비·인건비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77㎞ 길이 동박 생산…말레이시아 첫 해외 공장
이날 방문에서는 파란색 방진복·방진화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먼지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30초가량의 '에어샤워'를 마친 뒤 공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자칫 먼지라도 유입되면 제품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위생에 신경썼다.
직접 본 제 1공장에서는 수십대의 제박기(동박을 만드는 기계)는 구리용해액에서 구리 이온을 거대한 원통형 드럼에 전기 분해해 얇은 구리막을 만들고 있었다.
전 공정 과정을 통해 평균 50㎞~70㎞ 길이의 전지용 동박이 만들어진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동박의 평균 두께는 5㎛(마이크로)~8㎛로 평균 40~50㎛ 얇기로, 알루미늄 은박지 8분의 1 수준으로 얇은 호일 또는 종잇장처럼 가벼운 질감과 무게가 특징이다. 현지 작업자들은 만들어진 제박 공정으로 만들어진 구리막에 대한 양품 검사를 진행한 뒤 얇은 두루마리 형태로 감는다.
최대 10톤에 달하는 두루마리 형태의 구리막은 무인운반로봇(AGV)이 다음 공정 장소로 운반해 '슬리팅'(절단) 작업에 들어간다. 슬리팅이란 동박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핵심 공정이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다양한 길이와 폭의 제품을 만드는데 동박 롤의 길이가 길수록 영업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요청하는 폭은 평균 50㎞~70㎞ 수준이며 최대 길이는 서울~천안 거리인 77㎞에 달한다.
슬리팅 공정을 마치면 샘플·외관과 두께·증량 등 전수 검사를 마친 후 고객사에 출하한다. 원재료 생산부터 제품을 출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꼬박 열흘이다. 첫번째 공장은 올 상반기 첫 통전 후 시생산을 거쳐 지난달 23일 첫 출하를 시작했다. 현재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두번째 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될 예정이다.
김자선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생산실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에 불량 없는 동박을 출하하는 것이다. 현지 엔지니어와 기능직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안정적으로 출하하고 있다"며 "제품 출하 초창기임에도 전라북도 정읍공장과 동일 수준의 수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읍 이어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원가 경쟁력 확보"
SKC는 2020년 SK넥실리스 인수를 완료한 이후 국내 정읍공장의 5공장(2021년 완공) 6공장(2022년 완공) 증설에 이어 글로벌 생산 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7월 착공한 말레이시아 공장은 SK넥실리스 글로벌 확장의 첫 번째 결실이다.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1위 동박 제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최고 수준의 설비와 설계에 따른 생산성을 모두 갖췄다.
경쟁사 대비 10% 이상 큰 규모로 내년 2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120여대의 대형 제박기가 가동된다. 동박은 구리 용해액에 전류가 흐르는 드럼이 돌면서 전기분해 반응으로 구리를 추출해 만드는 데 드럼이 클수록 투입 전류가 늘어나며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진다.
특히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전기료·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을 중국산 저가 동박에 맞설 핵심 생산시설로 꼽힌다. 실제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의 한 달 전력 사용량은 사바주(코타키나발루) 전체 사용량의 절반 수준인 80MW(메가와트) 규모인데, 사바주는 SK넥실리스의 최저 수준의 전력 요금을 부과한다.
동박 제조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비도 크게 줄이면서 친환경성도 강화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력비는 기존 대비 절반 이하, 타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이다. 또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사전 확보 및 전력 장기계약 등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에 이어 내년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연간 5만7000톤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해외 증설은 급증한 수요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다. 또 고객사의 리드타임(Lead-time) 단축을 위한 밀착 대응해 객사의 동박 수요에 맞춰 최고의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한국 정읍 4~6공장 증설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에 최적의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여기에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지난달 첫 출하를 시작으로 고객사 요구에 발맞춰 고품질의 동박 공급을 확대해 나가며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 발전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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