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뼈 휜 긴팔원숭이, 턱수술 사막여우…밀수 후 버려진 야생희귀종
"멸종위기종 감소 기후변화에 악영향…해결책 복합적으로 찾아야"
(서천=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어린이가 가지고 노는 동물 장난감 사이에 몰래 거북이를 끼워 넣거나 벨트 장식에 파충류 알을 숨겨서 들여오기도 하더라고요. 여전히 구조보다 밀수하다 적발돼 이쪽(국립생태원)으로 오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수의사)은 2일 국제멸종위기종(CITES) 보호시설에서 '밀수 박스’와 압수·구조해 보호 중인 멸종위기 동물을 보여주면서 이같이 말했다.
CITES 보호시설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밀수하다가 세관에 적발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나 국내에 몰래 들여온 뒤 버림받은 동물 등을 관리하는 시설이다.
유기견이나 유기묘 등은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지만 CITES에 등록된 멸종위기종 1~3급 동물은 전부 이 시설에서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CITES 보호시설 전체가 공개된 것은 지난 2021년 개소 뒤 이번이 처음이다.
CITES 보호시설에는 그건 53종의 동물 441마리가 도입됐다. 파충류가 399마리로 90.5%를 차지했고, 조류(26마리)와 양서류(10마리), 포유류(6마리)가 뒤를 이었다. 이중 173마리가 폐사했고, 현재는 268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멸종위기종 중 82%(362마리)는 밀수 도중 적발돼 곧장 CITES 보호시설로 입소한 경우다. 야생이나 '동남아시아 동물 공장’에서 어미에게 떨어진 직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뒤 곧장 철창이나 어항 신세를 지게 된 셈이다.
일반 가정에 밀수돼 길러지더라도 야생동물이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여러 질병이나 장애를 얻은 뒤 버림받은 경우도 많다.
야생에서 나무에 매달려서 살아야 하는 흰손긴팔원숭이는 천장이 낮고 위로 잡을 것이 없는 아파트에서 길러지다가 어깨뼈가 휘어 고릴라처럼 기어다니도록 기형 신세가 됐다.
깨물기를 좋아하는 사막여우는 턱 수술을 받았고, 교잡을 위해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서벌’(사바나캣)은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구조됐다. 키우기 시작할 때는 손가락 정도 크기로 작았으나 성체는 사람 상반신만큼 커서 부담이 돼 버림받은 외래종 거북도 여러마리다.
지난 7월 '악어 출현' 소동 끝에 경북 영주에서 포획된 사바나왕도마뱀도 이곳에서 관리 중이다. 발견 당시 70㎝ 가량이던 이 도마뱀은 그 사이에 크기가 더 커져서 길이가 1m에 육박한 상태다. 국립생태원은 최초 사육시에 약 10~20㎝이던 게 점차 크기가 커지자 부담을 느낀 사육자가 도마뱀을 내다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위해 방한한 아나 마리아 에르난데스 살가르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전 의장은 "밀수를 통해 거래되는 종은 서식지에서의 취약성이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긴밀하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동물들의 감소는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기후변화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레버 샌드위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디렉터는 "50% 이상의 생물다양성 관련 요소는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을 받는다.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는 공통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면서 "민·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근본 원인을 분석해서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해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동물의 밀수·유기가 늘어남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을 설립 중이다. 2025년 개소를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이 마련될 경우 그간 시설 부족으로 안락사 처분해야 했던 멸종위기동물을 400마리 이상 추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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