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에 유기에…2년만에 60% 포화된 멸종위기종 보호시설

사바나왕도마뱀·그물무늬비단뱀·서벌 등 268마리 보호
공영동물원 인계 협의 진행중…"궁극적으로는 보호시설 없어져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서천=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3일 국립생태원 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동물 보호시설에서 사바나왕도마뱀이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2023.11.5 honk0216@yna.co.kr

(서천=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바닥에 턱을 맡기고 팔을 쭉 뻗어 온열기를 쬐고 있는 사바나왕도마뱀.

5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이 도마뱀은 올해 6월 경북 영주시의 '악어 목격' 소동의 주인공으로 추정된다.

악어 목격 신고가 들어온지 한 달여 만인 7월 27일 영주서 포획됐고 소유주를 찾기 위한 열흘간의 공고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8월 23일 충남 서천의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동물 보호시설까지 오게 됐다.

사바나왕도마뱀은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국제보호종이다.

CITES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 필요에 따라 부속서Ⅰ, Ⅱ, Ⅲ로 나눈다.

부속서Ⅰ에 오른 종은 상업적 거래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학술연구를 위한 거래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부속서Ⅱ에 등재되면 국제거래를 할 때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속서Ⅲ에는 '당사국이 관할 안에서 과도한 이용을 방지하고자 국제거래 규제를 요청한 종'이 들어간다.

왜 우니? (서천=연합뉴스) 2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CITES 보호시설에서 만난 서벌의 모습. 2023.11.5. [환경부 공동취재단]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CITES 동식물을 공식 절차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한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CITES 보호시설이 문을 연 2021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보호시설에 들어온 CITES 동물은 53종 441마리에 달한다. 이 중 173마리가 폐사해 현재는 268마리가 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보호시설에서는 사바나왕도마뱀 외에도 그물무늬비단뱀, 검은가슴나뭇잎거북, 중국장수도롱뇽, 서벌, 구관조 등을 볼 수 있다.

열에 여덟은 밀수 과정에서 적발되면서, 나머지 둘은 사바나왕도마뱀처럼 유기된 상태로 발견돼 보호시설로 오게 됐다.

당초 보호시설을 만들 때 면적 2천162㎡에 최대 560∼580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이미 보호시설 60% 정도가 CITES 동물로 찬 상태라고 국립생태원은 전했다.

국립생태원은 보호시설이 100% 포화될 때를 대비해 CITES 동물을 인계할 수 있도록 공영동물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CITES 동물을 인수하게 되는 동물원은 이들을 전시하면서 밀수·유기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함께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혁 국립생태원 CITES동물관리부장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밀수가 없어져 보호시설이 있을 필요가 없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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