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박 과잉공급 해법, 말레이에서 찾은 SK넥실리스
석양으로 유명한 말레이시아의 관광도시 코타키나발루가 K배터리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한다. SKC의 동박 사업회사 SK넥실리스가 첫 해외 거점을 이곳에 구축했다. SK넥실리스는 치킨게임이 예고된 글로벌 동박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해법을 이 공장에서 찾고 있다.
SKC는 지난 1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사바주 소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주요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2공장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먼저 완공된 1공장은 완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모태가 되는 전북 정읍공장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그대로 이식된 이곳은 시운전 때부터 정상 범주의 수율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는 고객사에 완제품 출하를 시작했을 정도다.
동박은 전자를 모으거나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폐전선 등에서 확보한 구리를 황산 용액에 녹여 도금액을 제조한 뒤, 이를 전기분해 한 뒤 드럼에 전착시키면 동박이 된다. 공정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다. 그러나 허들이 낮다고 기술적 난도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SK넥실리스는 4㎛(마이크로미터)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동박을 만든다. 1㎛는 100만분의 1m다. 머리카락(100㎛)의 25분의 1 수준이다. 이를 가장 넓고 길게 양산하는 기술도 보유했다. 최대 폭 1.4m 동박을 77km까지 끊기지 않게 생산한다.
단순히 동박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세계 최정상급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두께·너비·길이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박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정읍에서 축적한 이런 기술이 집약됐다. 1공장에는 제박기 60여대가 설치됐다. 최대 지름 3m의 제박기가 쉬지 않고 동박을 생산한다. 구겨지거나 찢어질 법 하지만, 적절한 탄성을 유지하며 롤 형태로 감겨 최대 10톤의 무게의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롤의 공정이동 및 출하가 무인운반차(AGV)와 같은 자동화설비가 도맡는다.
말레이시아 1·2공장은 당초 연 5만톤 규모로 공장을 설계했지만 SK넥실리스만의 노하우로 5만7000톤 규모의 생산성을 자랑한다. 내년 초 2공장 가동이 이뤄지면 1~6공장이 운영되는 정읍공장과 더불어 글로벌 핵심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아시아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향후 설립될 북미·유럽공장과 함께 글로벌 4각 생산체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북미·유럽공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들 지역의 수요도 말레이시아 공장이 대응한다.
한국·유럽·북미에 생산시설을 짓는 게 일반적인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업계에서 말레이시아 거점 마련은 이례적인 게 사실이다. 이는 다른 업종과 달리 동박이 지닌 사업·상황적 특수성이 고려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핵심 구리수급처인 중국·중동·호주 등지를 오가는 핵심 항로가 중첩되고 이들 모두와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가 싸다. 인건비가 저렴할뿐 아니라 인접국가에 비해 우수한 인재 수급도 가능하다. 여기에 현지 정부가 상당 기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약속해 압도적인 원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중국에서 촉발된 동박 과잉공급이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계기로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시장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 제외되더라도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미국·말레이시아가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게 된다면, 다른 동박업체가 넘보기 힘든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진제(Phoong Jin Zhe) 말레이시아 사바주 산업장관은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SK넥실리스는 사바주가 유치한 최초의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SK넥실리스의 성공은 사바주가 추진하는 산업화의 성패 및 다른 글로벌 기업의 유치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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