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1000병 시음이 버킷리스트”…‘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이 소믈리에 된 사연[이헌재의 인생홈런]
그도 검사를 받아보니 같은 질환이 발견됐다. 30대 후반이던 2000년에 첫 심장 수술을 받았다. 은퇴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직접 비용을 댔다. 하지만 40대 중반이던 2008년 두 번째 수술 때는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1963년생인 올해 그는 예순이 됐다. 환갑의 나이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산다. 소원이 이뤄진 셈이다.
남녀 프로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선수로 참가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십시일반 기부를 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1년에 5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는다. 재단은 첫 자선 경기 이후 100명 넘는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재단 대표를 맡고 있는 한기범은 심장병 어린이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재단 활동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한기범 농구 교실 등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여전히 높은 인지도 덕분에 방송 출연도 종종 하고 가끔 광고 모델 활동도 한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직접 코트를 누빈다. 월요일은 연예인 농구단 ‘더 홀’에서 경기를 뛰고, 주말에는 동호인 농구팀인 ‘팀 리바운드’에서 경기를 한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동호인 농구팀은 40~60대 선수들 수십 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는 여기서도 여전히 ‘센터’로 뛴다. 이 팀에는 엘리트 농구를 했던 선수 두 세 명이 더 있어 시니어 농구의 최강팀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처음 나갔던 한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뛴 동호인 팀에 지고 말았다. 하루에 4게임을 했는데 도저히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다”며 “거기에 자극을 받아 체력관리를 열심히 했다. 최근에 열린 시니어 농구대회에선 우리 팀이 우승했다. 선수 시절에도 우승을 많이 해 봤지만 역시 우승은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그는 빼빼 마른 몸도 큰 콤플렉스였다. 아무리 먹어도 체질적으로 살지 찌지 않았다. 그는 “나도 다른 센터들처럼 큰 덩치로 골 밑을 버티고 싶었다. 그래서 살을 찌우려고 밥솥째 밥을 먹어보기도 했다. 최대 90kg까지 찌웠지만 더 이상 늘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점프를 많이 하는 농구 선수를 하면서 그는 젊은 시절 발목과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금 그가 건강하게 걷고 뛸 수 있는 건 그나마 몸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두 경기까지는 거뜬히 뛴다. 무리하지 않고 살살 뛰면서 8쿼터까지는 가능하며”며 웃었다.
운동을 게을리하면 무릎이나 발목이 더 아프기에 그는 가능한 한 자주 걷는다.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걸으려 한다. 동네를 걷다가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있으면 즉석 3대3 농구을 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그는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한두 잔 밖에 마실 수 없으니 아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와인의 맛을 깨닫게 됐다. 새로운 와인을 음미하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그는 와인 1000종류 시음을 새 버킷리스트로 정했다. 현재까지 그는 약 400종류의 새로운 와인을 맛봤다. 그는 새 와인을 마시면 맛과 느낌 등을 평가한 뒤 자기만의 별점을 주고 있다.
그는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비싼 와인일수록 맛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1~2만 원대 와인 중에서도 정말 기대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와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는 지방을 돌며 옛날 그림이나 골동품도 수집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는 그는 그림이나 골동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비싼 물품을 사 모으는 건 아니다. 시골 등에서 파는 10만 원 안팎의 싼 그림을 구경하고 가끔 구매하곤 한다. 그렇게 200여 점의 그림을 모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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