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코로나·독감 이어 암까지 정복 나선다

강민성 2023. 11.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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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맞춤형 치료 등 장점
제약업계 관련 기술 집중 투자
사진=연합뉴스
mRNA 백신(코로나)의 원리 <자료:한국과학기술평가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중화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이 독감 등 호흡기질환 백신에 이어 항암, 희귀질환 등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된 이후 반세기 동안 연구가 이뤄진 mRNA 백신은 주로 암 면역치료용으로 개발돼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기술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또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주도한 연구자들에게 수여되면서 전 세계 수많은 제약사들이 mRNA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mRNA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담아 세포로 전달하는 매개체로, 우리 몸이 스스로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쉽게 물리칠 수 있게 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단백질 혹은 병원체를 체내에 직접 주입하지 않고 mRNA에 복제된 단백질이 스스로 생성돼 우리 몸이 직접 항원을 만드는 방식인 만큼 개발에 드는 시간이 적다. 실제 2020년 1월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유행을 공식 선언한 이후 모더나와 화이자가 mRNA 백신 개발에 본격 착수한 지 11개월 만에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긴급 사용승인을 얻었다. 이처럼 빠른 속도와 확장성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전달해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제약업계는 관련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mRNA 백신 이외의 다양한 RNA 기반의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mRNA 활용 영역이 호흡기질환 백신을 넘어 적용 분야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어 독감도 'mRNA 백신'으로 정복한다=mRNA 백신의 다음 타깃으로 독감백신이 기대를 모은다. 기존 백신보다 빠르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상용화가 머지않은 상황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변이를 일으켜 유행하다 보니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해 한 가지 백신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이에 따라 WHO(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유행 가능성이 있는 균주를 예측해 각 제약사에 해당 균주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도록 권장한다. mRNA는 바이러스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 정보만 바꿔주면 백신이나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더 많은 변이에도 대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르면 내년 mRNA 독감백신을 내놓을 전망이다. 모더나는 지난 9월 '연례 연구개발(R&D) 데이'에서 작년부터 진행해온 독감백신 후보물질 'mRNA-1010'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계절 독감 백신인 플루아릭스와 비교했을 때 4개 바이러스에 대해 더 높은 항체 수준을 생성했고 더 높은 혈청 전환율이 관찰됐다.

화이자도 4가 mRNA 독감백신 'PF-07252220' 임상 3상을 총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7월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한 이후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에서 mRNA 독감백신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제시한 바 있다. GSK와 사노피도 각각 독일 큐어백, 미국 트랜슬레이트바이오와 함께 mRNA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mRNA, 암 정복에도 도전=mRNA는 암 치료 패러다임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더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종양을 표적으로 한 암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mRNA 기반 암 백신은 환자에게 암세포 특유의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를 투여함으로써 면역체계에 암에 대해 경고하고, 건강한 세포는 파괴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한다.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모더나는 최근 미국 머크와 함께 진행한 흑색종 환자 임상에서 mRNA 암 백신과 기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두 치료제를 병용한 환자군은 키트루다를 단독 사용한 환자군보다 흑색종 재발과 사망 위험이 44%나 낮았다 암 백신 개발에 탄력을 받은 모더나는 모든 암에 대한 맞춤형 mRNA 백신을 2030년까지 내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20여 개의 환자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엔테크는 mRNA 기반 암 백신 'CARVac'에 대한 첫 임상시험을 공개했다. 임상 시험 결과 종양 성장이 멈추고 일부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1상과 2상을 결합한 임상시험은 모두 44명을 대상으로 4단계에 걸쳐 백신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험 결과, 2단계 백신 투여 후 시험대상자 중 59%가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들고, 시험대상자 중 95%는 투여 이후 암 종양의 크기가 성장을 멈췄다. 4단계 백신 투여 이후에는 시험대상자 중 45%가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었고, 74%는 투여 이후 암 종양의 크기가 성장을 멈췄다. 바이오엔테크는 내년에 백신의 효과와 적절한 투여량을 세밀화하기 위해 임상 2상을 재차 개시할 예정이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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