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고마워" 쌀쌀함 녹이는 고사리손에 '미소'
인천 남동구 만수동 남동국민체육센터 앞. 한 어르신이 힘겹게 모은 폐지가 무게를 못 이겨 손수레에서 떨어진다. 다리가 아픈 그는 몸을 구부려 다시 폐지를 줍기가 힘에 부친다. 그때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자신의 상반신만한 폐지 상자를 번쩍 들어 손수레에 올린다. 1~2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어르신은 학생에게 “고맙다, 고마워”라고 말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이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부끄러운 마음과 아이의 대견함이 공존하는 감정 속에서 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혼자서만 알고 있기엔 처음 만난 아이의 행동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5일 남동구 주민 배병혁씨(65)의 제보로 지난달 12일 오전 8시 22분께 남동구 만수동의 한 거리에서 생긴 초등학생의 선행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배씨는 “길 건너편에서 아이가 폐지를 줍는 걸 보는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에게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를 칭찬하고 다 같이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고 싶어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현장을 수소문해 확인한 결과 사진 속 주인공은 인천 조동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백현준군(11)으로 밝혀졌다.
당시 백군은 학교에 같이 가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폐지가 가득 든 상자를 떨어뜨려 “도와달라”고 말하는 어르신의 부탁에 고민 없이 상자를 주웠다.
백군은 “평소에도 (폐지 줍는) 할머니들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고, 폐지 줍는 것을 돕는다”며 “매일은 아니지만 (폐지 줍는)할머니를 볼 때마다 그렇게 한다”고 했다. 이어 “그냥 도와드리면 기분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담임 김은비씨(33)는 백군에 대해 “장난을 좋아하지만 속이 깊고, 남을 돕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라며 “체육부장인데, 공 등의 체육도구들을 솔선수범해 준비한다”고 했다.
백군의 꿈은 프로게이머다. 그리고 상금을 받으면 기부를 하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백군은 “프로게이머가 되면 구단에서 컴퓨터를 주기에 나는 돈 쓸 일이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상금을 받으면 기부를 많이 하고 싶고, 커서도 봉사를 계속 하고 싶다”고 전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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