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임박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23년 키움맨'의 씁쓸한 퇴장

홍재영 기자 2023. 11. 5. 11: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와의 시장현안 소통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23년간 '키움맨'이었던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의 경질이 임박했다.황 대표는 키움증권 창업공신으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왔으나 영풍제지 연속 하한가 사태로 회사가 입은 천문학적 손실에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됐다. 황 사장을 읍참마속한 키움증권은 강력한 인적쇄신과 성장중심 경영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작업에착수했다. 황 대표 경질소식에 증권업계와 회사 내부에서는 놀라움과 씁쓸함이 섞인 반응이 나왔다.

대규모 미수금 떠안은 키움증권… 물러나는 황현순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뉴스1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그룹은 조만간 황 대표의 경질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경영 리스크에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이미 키움그룹이 황 대표의 해임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로 내부 결정을 마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키움증권은 황 대표 해임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악재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키움그룹이 황 대표의 후임을 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18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하는 사태를 맞았다. 키움증권의 올 상반기 순이익 4259억원보다 684억원 많은 금액이다. 영풍제지가 거래재개 이후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가 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를 두고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키움증권이 자초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풍제지는 올 들어 주가가 900% 넘게 오르며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던 종목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지만 키움증권은 40%를 유지하다가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된 이후에야 100%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의 안일한 대처가 주가조작 세력의 지속적인 시세조종을 조장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황 대표는 미수금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겠단 계획을 세웠지만, 영풍제지의 연이은 하한가로 회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다. 황 대표를 향한 퇴진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해임 보도까지 나오며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개국공신'의 퇴장… "회사 기여 컸다", "김익래 신임 두터웠는데"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와의 시장현안 소통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의 전신인 키움닷컴증권 창립 때 합류한 '개국공신'이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장기신용은행과 한국IBM을 거쳐 키움증권에 입사했다. 키움증권에서 리테일총괄본부장과 전략기획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 등을 맡으며 키움증권의 급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이사에는 지난해 1월 취임했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김익래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재확인됐는데, 2번째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개국공신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은 복잡하다.키움증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입사 이후 회사에 크게 기여했는데 본인이 사의를 밝히기도 전에 거취가 거론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양새가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황 대표는 회사 내부 구성원들의 평과는 별개로 김 전 회장의 강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라며 "업계에서는 영풍제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어서 해임설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그룹 차원 부담도 영향 미쳤나… '사법 리스크' 처한 김익래
김익래 전 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5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황 대표의 퇴진은 키움증권을 넘어 그룹 차원의 리스크 여파라는 해석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4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여파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키움증권의 증권사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삼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리스크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주가폭락 직전 605억원에 달하는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