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에서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 “휴전 없이는 투표도 없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11. 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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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해온 아랍계 유권자들, 바이든 행정부 압박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시내 백악관 동쪽의 광장 '프리덤 플라자'에 집결한 '프리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시위를 잠시 멈추고 기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4일(현지 시각) 친팔레스타인 단체와 반전 단체들이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가졌다. 주최 측은 수만 명이 집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시위는 ‘팔레스타인 청년운동’, ‘미국 팔레스타인 공동체 네트워크’, ‘미국 무슬림 동맹’, ‘팔레스타인 인권을 위한 미국 운동본부’ 등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만들어진 반전단체 ‘앤서(ANSWER)’ 등이 공동으로 조직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들과 여러 진보 단체 등이 마련한 수백 대의 전세버스를 타고 미국 각 주(州)에서 워싱턴DC로 집결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가자) 점령은 인권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는 백악관 바로 동쪽에 있는 광장인 ‘프리덤 플라자’에 모였다. 이들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 학살(genocide)”이 벌어지고 있다며 즉각적 휴전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시위대는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인종학살 조(Genocide Joe)”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공동 창립자 니하드 아와드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당(민주당)이 이해하는 언어는 2024년 선거라는 언어”라며 “우리 메시지는 ‘휴전 없이는 투표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승리의 근간이 된 경합주들을 열거하며 “미시간에서도, 애리조나에서도, 조지아에서도, 네바다에서도, 위스콘신에서도,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 집결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바이든에게 이스라엘의 대량학살 지원을 그만두라고 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에 대해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가자(하마스와이스라엘) 전쟁이 민주당과 아랍계 미국인, 젊은 유권자들 사이를 어떻게 갈라 놓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고 평했다. 그동안 아랍계 미국인들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킨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를 바꿔 놓고 있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탄약 등을 지원했고, 추가 무기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 당국과 긴밀한 협의 중이다. 미국 하원은 이번 주 143억 달러(약 18조7600억원)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세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지원은 아랍계 유권자의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말 로이터는 아랍계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아랍계 미국인의 59%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현재는 17%만이 그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AP도 지난 3일 “미시간의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이 2024년 대선 결과를 바꿔 놓을 만큼 아랍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바이든이 재선하려면 놓쳐서는 안 되는 주(州)”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과 시애틀 등 다른 미국 도시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튀르키예 앙카라 등에서도 비슷하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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