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신청, 어린이집과 어떻게 다를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김유나 2023. 11.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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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처음학교로
교육 정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알고 계신가요?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는 최근 교육 기사에 자주 쓰이는 단어의
의미와 관련 논란에 대해 교육부 출입 기자가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지난 1일부터 2024학년도 유치원 신청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를 보낼 기관을 결정하는 것은 꽤 복잡하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어서 2020년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치원 신청은 교육부의 온라인 시스템 ‘처음학교로’에서 합니다. 유치원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유아가 교육부의 공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첫 단계입니다. ‘처음학교로’라는 이름도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치원 신청과 원아 추첨이 현장에서 이뤄졌습니다. 새벽에 유치원 앞에 줄을 서 입학 원서를 받고, 할아버지·할머니 등 온가족이 총출동해 여러 유치원에 가 추첨을 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죠. 하지만 2019년부터 처음학교로를 통해 온라인 원서접수·선발이 가능해졌습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도 되고, 올해부터는 현장·온라인 교차접수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직장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 온라인 확인이 가능해져 맞벌이 자격 증빙 서류 제출 부담도 줄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서 원아들이 등원하는 모습. 뉴시스
몸은 편해졌지만 고민은 여전합니다. 유치원 원아 결정은 기본적으로 ‘추첨’입니다. 유치원은 3곳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 ‘순서’도 중요합니다. 우선 1희망 추첨을 진행하고,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만 2희망 추첨을 진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2희망 유치원이 마음에 들어도 1희망 유치원에 당첨됐다면 2희망 추첨 기회가 박탈됩니다. 3희망까지 모두 떨어졌다면 오는 30일부터 진행하는 추가모집을 노려야합니다. 대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꽤 신경쓰이는 절차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린이집도 이즈음 내년 3월 입소 원아를 결정합니다.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가기 전 어린 아이가 다니는 곳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많은 어린이집은 유치원처럼 만 3∼5세(한국나이 5∼7세) 반을 운영합니다. 같은 만 3∼5세여도 어린이집은 원아 확정 과정이 다릅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맞벌이·다자녀 등의 ‘조건’입니다. 조건에 따라 점수를 주고, 점수순으로 우선권이 돌아갑니다. 같은 점수라면 먼저 신청한 사람이 우선이어서 신청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때문에 아이가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 신청부터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입소 1순위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 5조 해당 가족 △중증장애인 가족 △복지시설 거주 아동 △맞벌이가정 △다문화가족 △국가유공자 자녀 △다자녀(3명 또는 만 8세 이하 2명) △임산부의 자녀 △제1형 당뇨 영유아 △산업단지 어린이집 영유아 △북한이탈주민 가족, 2순위는 △한부모 가족 △가정위탁 보호아동 △입양 영유아 △동일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형제·자매가 있는 영유아입니다. 1순위는 항목당 100점, 2순위는 50점이지만 맞벌이가정과 3자녀는 각 200점을 받고, 맞벌이가정이면서 3자녀일 경우 추가로 300점이 나와 만점(700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A씨는 맞벌이 2자녀, B씨는 외벌이 3자녀, C씨는 맞벌이 외동, D씨는 외벌이 외동 가정이라면 A씨는 300점, B·C씨는 200점, D씨는 0점입니다. D씨는 신청을 빨리해도 A·B·C씨에 밀리고, B·C씨는 신청 순서대로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A씨는 넷 중에선 가장 우선 순위이지만, 만약 같은 어린이집에 만점인 ‘맞벌이 3자녀’ 가정이 신청하면 우선권을 내줘야 합니다.
지난 2015년 서울지역 한 유치원에서 공립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있던 날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사가 번호가 적힌 공을 추첨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집이 조건별 점수를 주는 것은 현재 법에서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우선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죠. 반면 유치원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가는 곳임에도 우선모집(법정저소득층·국가보훈대상자·북한이탈주민 가정 유아 등) 대상자가 아닌 이상 가정 환경은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입소는 ‘운’에 맡겨야 합니다.

통상 어린이집은 유치원 신청시기 보다 약간 이른 10월 말쯤부터 내년 3월 입소자가 결정됐다는 연락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모두 신청 부모들은 눈치싸움을 벌이게됩니다. 일단 어린이집에 입소한다고 했다가 유치원에 추첨 돼 어린이집을 포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유치원에 추첨 됐지만 어린이집에 등록하기도 해 3월까지 어린이집·유치원은 원아 상황이 수시로 변합니다. 기관에 가기도 전에 지치는 구조입니다. 입소를 확정받아야 하는 어린이집·유치원의 고충도 큽니다.

이런 눈치싸움은 몇년 뒤에는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지만 2025년이면 모두 교육부 소관으로 넘어옵니다. 교육부는 어린이집을 유치원에 흡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의 장점을 가진 ‘제 3의 기관’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시설 기준이나 급식비 지원 등은 유치원의 여건이 좋지만, 어린이집은 돌봄 시간이 길고 방학이 짧은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두 기관의 장점을 섞어 유아 기관을 상향평준화한다는 것이죠.
어린이들이 서울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원아 선발 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신청 방식이 언제 통합될지, 어떤 기준이 될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말 발표한다는 유보통합 방안에 원아 선정 방식 내용이 담길지 여부도 분명치 않습니다. 당장 1년 뒤면 2025학년도에 아이를 보낼 2021년생 부모들은 기관을 고민해야하는데 말입니다.

선정 방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공교육의 틀에 처음 진입하는 것인만큼 유치원처럼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신청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취학단계는 교육과 돌봄이 혼재된 시기니 어린이집처럼 돌봄이 절실한 가정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공정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방안을 섞은 제3의 방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름은 하나인데 신청·선정 절차가 다르다면 껍데기만 한 기관일 뿐이겠죠. 부모들에게 체감되는 유보통합의 시작은 신청·원아선정 통합이 아닐까요.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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