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철거된 ‘원주 문화의 상징’…빈 자리 어떻게 쓰이나 [방방콕콕]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3. 11.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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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유지 단관극장 ‘원주아카데미’
시 “유지관리비 과다·붕괴 우려” 철거
야외 복합문화예술공간 탈바꿈 예정
철거 전 원주 아카데미 극장. [자료=연합뉴스]
국내에서 원형을 유지한 단관극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강원 ‘원주아카데미’가 한동안 철거냐 존치냐를 두고 논란을 빚다가 결국 헐렸다. 원주시는 이곳에 야외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새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5일 원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아카데미 극장 철거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극장 건물은 모두 헐렸고 잔해 정리 및 반출만을 남겨둔 상태다. 원주시는 늦어도 이달 20일 전까지 잔여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원주 아카데미는 1963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된 단관극장으로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폐업 수순을 밟았다.

과거 함께 성업했던 원주극장·문화극장·시공관·군인극장은 오래전에 헐렸지만, 이 극장은 전임 원주시정이 존치를 목적으로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면서 최근까지 60년간 원형 그대로 자리를 지켜왔다.

철거 전 원주 아카데미 극장 내부. [자료=연합뉴스]
돌연 극장 철거가 거론된 건 민선 8기에 들어서다. 유지관리비 과다 지출, 노후화에 따른 붕괴 위험(정밀안전진단 D등급) 등을 고려해 존치에서 철거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극장이 헐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철거 계획이 발표된 직후 지역사회는 찬반으로 갈라졌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는 연일 집회를 열고 극장 존치를 외쳤다. 연대 측은 “그저 낡고 오래된 극장이 아니라 원주 민주주의와 문화의 상징”이라며 “극장 보존은 지난 시정에서 의견 수렴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됐던 일인데, 시정이 바뀌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원주시문화예술인, 소상공인 등은 “붕괴 우려가 큰 흉물”이라며 “극장의 문화적 가치가 불분명한데다 원주 유일 5일장인 풍물시장 영업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원주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극장 철거 예산안이 시 공유재산 심의 등 절차없이 상정된 게 논란이 되며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는 등 정치권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상임위와 예결위가 줄줄이 파행을 겪고 결국 추경안 처리가 불발되며 집행부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몸싸움하는 철거 용역 업체와 보존 측 단체. [자료=연합뉴스]
최근 극장 철거 집행 과정에서 반대 측 시민활동가들이 옥상 발코니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불법 석면 철거 등 각종 논란도 야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헐린 극장 부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상한다. 원주시는 버스킹, 작품 전시회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해당 부지는 300평 규모로 조만간 설계용역에 들어가 내년 첫 삽을 뜨는 게 목표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역 문화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다시 몰려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된 원주 아카데미 극장. [자료=원주시]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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