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한국기술 인수한 중국 자본…이번엔 직원 ‘자르기’ 논란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1. 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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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DN 기술, 中자본으로
한국법인 인수 후 조직 축소
기술 이전 해도 법적 보호無
“현행법상 국가핵심기술 아냐”
산업장관 “보완책 있을지 검토”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산자위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럽에 있는 K팝 팬이 한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BTS 영상을 볼 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이 활용된다. 유럽 팬이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임시장소(캐시)에 미리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배·연결(로드밸런싱)해 빠르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정리하면 CDN은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의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송하도록 세계 각지에 분산형 서버를 구축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 품질을 높이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의미한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씨디네트웍스는 CDN 시장에서 세계 2위 기업으로 꼽힌다. 2011년 일본 이동통신사 KDDI에 인수됐지만 당시만 해도 투자와 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져 기술 유출 우려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중국 최대 CDN 기업 왕쑤커지(차이나넷센터)가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왕쑤커지는 2018년 한국시스템을 중국시스템으로 옮기는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 직원들도 점차 줄여나갔다. 씨디네트웍스 직원 수는 인수 전인 2016년 248명에서 최근 50여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씨디네트웍스지회는 “왕쑤커지는 씨디네트웍스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전 세계에 포진한 직원들을 감원한 이후 그 자리를 중국인으로 채웠다”고 했다.

그러나 씨디네트웍스의 CDN 기술은 현행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되지 않아서다.

씨디네트웍스 기술 유출 의혹은 지회가 진행한 을지로 길거리 기자회견장에서 여의도로 옮겨졌다.

이재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IT 기업을 인수한 이후 기술을 모두 이동시키고 한국법인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씨디네트웍스가 보유한 CDN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며 “기술이 모두 이동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씨디네트웍스에서는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권고사직과 자진 퇴사가 잇따랐다.

씨디네트웍스는 현재도 부당해고를 둘러싼 분쟁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 2월 웹프로그래머인 석영선 지회 사무장을 정리해고하다 노동위원회로부터 연이어 부당해고 판단을 받은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총 17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씨디네트웍스가 정리해고를 단행할 정도로 긴박한 경영사 이유가 있다면서도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봤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서울지노위 판정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당해고 분쟁에서는 지회가 승기를 잡았지만 핵심 기술은 이미 왕쑤커지에 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CDN 서비스 고객 데이터에는 청와대, 한국투자신탁, 한국인터넷진흥원,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산업군 데이터가 있다”며 “그런데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직원은 중국서버에 접근이 안 됐고 보안 유지 유무 확인이 필요했지만 그 자체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는 답변만 산업부로부터 받았다”며 “이게 계속 반복되는 과정에서 외투기업에 대한 세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현장과 소통하는 우리 부처가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산업부도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이 위원장의 질의에 “첨단기술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술 또는 콘텐츠를 차지하고 기업 자체를 해산한다든지, 축소한다든지 하는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현행 여러 가지 제안·제도는 있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제도적인 빈틈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보완 조치를 강구할 수 있을지 소상하게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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