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3시간 밖에 못자, 승진 못할 것 같아" 극단 선택에…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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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으로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 선택을 한 회사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유족급여 등을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은 "회사 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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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명백한 인과관계 증명까지 필요하진 않아”
[헤럴드경제] 승진으로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 선택을 한 회사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장의비를 주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인의 업무와 사망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016년부터 B사에서 일한 수의사 A씨는 2020년 1월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애완용 제품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새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존감과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하루에 2∼3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그해 말 자신이 담당한 제품 포장에 기재된 성분에서 오류가 발견돼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
그는 “팀장이 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것 같다. 표정을 보면 안다”는 등 더는 승진할 수 없을 거라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그해 12월 23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유족급여 등을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은 “회사 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업무상 사유 외에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동기나 계기가 보이지 않는 이상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성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이어 “법원 감정의는 업무상 스트레스·피로 등이 우울증 발병·악화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단일 요인이 아니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소견을 제시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그 자체로 고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하나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범적 관점에서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증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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