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김범석’ 카드 만든, LG의 KS 최종 모의고사

안승호 기자 2023. 11. 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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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치고 3루를 도는 김범석.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염경엽 감독이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그렸던 그림 하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는 경기에서는 7, 8번 타순에서 나오는 홈런 한방으로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절반’은 염 감독 구상대로 됐다. 7번으로 예고했던 박동원은 지난 5월까지 홈런 13개로 부문 선두를 달리는 등 기대 홈런수를 채웠지만, 8번으로 연결하려던 이재원은 개막 전후로 부상이 이어지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가을야구에서는 홈런의 힘이 세진다. 홈런으로 흐름이 갈릴 때가 더욱 잦다. 올해 가을야구에서도 NC가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서호철의 만루홈런으로 시동을 건 뒤 준플레이오프 SSG전에서는 1차전 대타 김성욱의 투런홈런으로 흐름을 잡았다. 플레이오프에서 궁지에 몰렸던 KT가 3차전에서 흐름을 바꾼 것도 배정대의 투런홈런 덕분이었다.

LG 또한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에 목마른 시간이 올지 모른다.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결정적 한방 없이 시리즈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순조로운 시리즈가 아니라면, 주전 라인업 중 그간 해결사 역할을 했던 오스틴 딘과 박동원 등 주포들이 인상적인 홈런을 쏘아올리는 장면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팽팽한 시리즈가 된다면 ‘대타 한방’으로 시선을 돌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LG는 한달 전후의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차선의 차선인 ‘대타 카드’ 하나를 손에 넣었다. 준비 과정을 보내며 내년 이후의 1군 전력으로 계산한 우타 중장거리포 김범석이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왔다.



포수로 입단한 김범석은 어깨 부상으로 미트를 잠시 놓고 타격에 올인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9일 잠실 롯데전에서 1군 데뷔 첫 홈런을 치더니 최근 일주일 사이 청백전에서도 인상적인 홈런을 2개 때렸다.

지난달 29일 청백전에서 우완 이정용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직선타구로 날아가는 좌월 솔로홈런을 때린 데 이이 4일 청백전에서는 좌완 손주영의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좌중간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올해 사직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치고 MVP에 올랐던 김범석. 연합뉴스



김범석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진입은, 자칫 ‘낭비’가 될 소지도 있었다. 염 감독부터 그의 엔트리 합류 배경을 내년 시즌까지 감안한 포석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김범석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현실 전력’이 돼가고 있다. 롯데 심재민과 팀선배 손주영 등 좌투수로부터 장쾌한 홈런을 때린 장면이 눈에 띈다. 좌타 위주의 LG 타선에서 돌파구가 필요할 때 좌투수 잡는 ‘자객’으로 타석에 설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 관계자부터 놀라게 하는 타격감을 고려하면, 김범석의 방망이에서 한국시리즈에서 하이라이트 하나가 나올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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