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베이스볼] 잠실의 빅보이 이재원,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는 법
(MHN스포츠 잠실, 김현희 기자) 잠실의 빅보이, 바로 LG 트윈스의 우타 거포 이재원(24)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서울고 졸업 이후 LG 트윈스에 합류한지 벌써 6년째다. 6년 전까지만 해도 목동야구장에서 홈런 친 이후 기뻐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순둥이 고등학생'이었다. 친구 강백호(KT)와 더불어 청룡기 선수권 준우승,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하면서 서울고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주장 강백호에게 많이 향했지만, 방망이를 치는 순수 파워만 놓고 보면, 이재원이 한 수 위라는 평가도 많았다. 예상대로 그는 신인지명 회의에서 LG에 2라운드 지명을 받으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2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가면서 홈런도 쳤던 것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정민 감독님께서 3학년 때 외야로 한 번 가서 승부를 보자고 했던 것이 생각보다 일찍 선택을 받았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서울고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
그리고 은사 유정민 감독
다만, 프로에서는 아쉽게도 고교 시절에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아직 100%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이재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가볍게 빗겨 맞아도 잠실 야구장 정 중앙을 넘길 수 있는 선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고 감독직에서 물러나 신생팀 야구부원들을 모집 중인 유정민 감독도 그래서 이재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애틋해진다.
"고등학교 때에는 덩치가 큰 와중에도 계속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재원이의 잠재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외야 전향이었다. 이 선택이 맞아떨어지면서 LG에서 높은 순번으로 데려갔는데, 지명이 끝난 상황에서 게임 도중 강하게 송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유정민 감독의 회상에 이재원도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답했다.
"3학년 때 그래도 성적도 좋아서 내심 청소년 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했다. 그런데, 뽑히지 않아서 너무 실망했다. 그것 때문에 연습 경기 도중 송구를 쎄개 했는데, 송구 한 이후 팔에서 뚝 소리가 나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상이었다."
담담하게 고교 시절 이야기를 이어갔던 이재원은 "그러고보니, 나는 국가대표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라며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이는 또 모를 일이었다. 박병호(KT) 역시 상무 전역 이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성인대표팀에 합류한 바 있다.
고교 시절은 그래서 이재원에게 늘 소중한 추억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 성장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첫 대회인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대전고에 패한 것이 오히려 선수들 사이에서 단합이 되는 좋은 약이었다고 한다.
"그 때 대전고에 패하고 나서 우리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결국은 시간은 지난다고. 그래서 결속을 새로 다져서 청룡기에서 준우승까지 갔다. 그런데, 청룡기 결승까지 가다 보니, 이 페이스 대로라면 다음 대회에서 우승까지 갈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했고, 그 우승으로 끝맺음을 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강백호도 그렇지만, 이재원 역시 늘 고교 시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존재가 바로 스승 유정민 감독이다. 이재원은 그래서 스승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매년 시즌만 끝나면, 감독님께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LG에서 경기할 수 있던 것도 유정민 감독님 덕분이 아닌가. 이제 나만 더 잘 하면, 감독님께 더 영향이 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감독님의 제자라고 으쓱 하실 수 있게끔 해 드리고 싶다. 꼭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뵈러 가겠다."
'잠실의 빅보이' 이재원,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원은 작년에 상당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풀타임 뛰는 선수들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10홈런 치기 어려운데, 이재원은 85경기만 출장하고도 50안타 중 무려 13개를 홈런으로 기록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재원에 대한 내부 기대나 평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작년 13홈런은 정말로 나라는 존재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 2군에서만 잘 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도 1군에서도 이 만큼 칠 수 있었구나 싶어서 좋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도 '잠실의 빅보이'다. 이대호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팬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이재원도 이 별명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러는 한편, 이 별명에 걸맞게 한국시리즈에서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잠실의 빅보이라는 별명을 팬 분들이 너무 잘 지어 주셨다. 거기에 걸맞게 잘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는 정말로 출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앞서 플레이오프나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고 나니, 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이미 친구인 (강)백호가 우승했을 때 고등학교때 생각도 나면서 축하해 줬는데, 이번에는 내 차례이고 싶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다 해 보고 싶다. 잘 해 보고 싶다."
그러면서 본인을 아끼는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팬 여러분들께서 올해 정말 기대 많이 하셨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친 것도 많았고 부상도 많았다.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응원도 많이 해 주신 것 알고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응원할 맛 나게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는 한편, 인터뷰 말미에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과연 내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나 싶다(웃음). 나도 3학년 때 결과에 의존하고 쫓겼는데, 실력도 많이 안 나왔다. 결국 편하게 마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끝나나 저렇게 끝나나 똑같다. 부상만 조심하면 된다."
성현들은 예부터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大器晩成)'라고 하여 큰 인물이 될 사람은 어떻게든 그 재주가 드러내 보일 날이 옴을 강조한 바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박병호(KT) 역시 상무 전역 이후 뒤늦게 포텐셜이 터지면서 대표팀에 승선한 바 있다. 이재원 역시 본인의 등번호(52번)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괴력을 지닌 타자임은 확실하다.
혹자는 이재원에 대해 "겸손하고, 운동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선수다. 지금은 다소 위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껍질을 깨고 잠실구장에서 활짝 필 수 있다. 그렇게 되는 날, 단점으로 지적됐던 정교함도 같이 갖출 수 있는 무시무시한 타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바라는 것은 이재원 뿐만이 아니라, 이재원을 바라보는 팬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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