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얘기인 줄 알았는데···한국인 1만명당 1명 '경계성 인격장애'[헬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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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연출한 영화 '아비정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역을 맡았다.
그런데 국내 인구 1만 명당 1명이 영화나 소설 속에나 등장했던 BPD로 진단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유병률이 1만 명당 8.71명으로 가장 높았고, 대전(6.62명)과 대구(5.90명)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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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 분석
20대·여성 유병률 높아···미진단으로 과소평가 가능성도
20세기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연출한 영화 ‘아비정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역을 맡았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았던 경험 때문에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두려움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떠날까봐 먼저 이별을 선택하고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위험한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배우 김혜수는 2004년 개봉한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피해의식이 심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수’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광기가 날로 심해져 남편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 영화 속 두 주인공 모두 경계성인격장애(BPD·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의 전형이다. BPD란 정서적 불안, 자아정체성 문제, 대인관계 등을 포함해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복합 인격장애를 말한다. 대개 자제력이 부족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고 도벽과 도박, 약물 남용의 위험성이 높은 데다 대인관계도 불안정하다. 그런데 국내 인구 1만 명당 1명이 영화나 소설 속에나 등장했던 BPD로 진단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0~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국내 BPD 환자의 유병률과 임상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BPD로 진단된 국내 환자는 2010년 3756명에서 2019년 4538명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유병률로 환산하면 2010년 인구 1만 명 당 0.96명에서 2019년 1.06명으로 10년 새 0.1명 늘었다. 남성의 BPD 유병률은 2010년 0.81명에서 2019년 0.80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같은 기간 여성 유병률은 1.12명에서 1.32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BPD 유병률이 2019년 기준 3.42명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인구 1만명당 BPD 유병률은 30대 1.39명, 40대 0.70명, 50대 0.38명, 60대 0.28명, 70대 이상 0.24명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유병률이 1만 명당 8.71명으로 가장 높았고, 대전(6.62명)과 대구(5.90명)가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해외 다른 국가에서 BPD 유병률이 2.7%~5.9%로 조사됐음을 고려할 때 국내 유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데 주목했다. 보험청구자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지지 못해 유병률이 과소평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PD는 전체 환자의 약 60%~80%가 자살 시도를 경험할 정도로 사회적 부담이 높은 질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BPD의 발병률과 임상적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했다.
석 교수는 “국제적 연구 흐름에 맞춰 경계성인격장애의 진단율 향상과 치료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연구”라며 “자살 위험성과 의료적 부담이 큰 질병인 만큼 인식 개선과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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