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지하철엔 서울지하철에 없는 '핑크라이트' 있다…왜?

김천 기자 2023. 11.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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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발신기 들고 접근하면 '번쩍'
자리 배려 돕는 '친절한 기술'
부산 지하철 1호선에 설치된 임산부석 알림 시스템 '핑크라이트' 장치 모습. 〈사진=김천 기자〉

임신 9주차인 직장인 A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고통스럽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시작되는 입덧 때문입니다. 입덧이 시작되면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움을 느껴 서 있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 앉을 수 없습니다. 보건소에서 받은 임신부 배지가 있지만 선뜻 꺼내기도 민망합니다. 배지를 꺼내고 있으면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눈치를 주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임신부 배지를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승객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A씨는 "사람이 많을 땐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타기도 한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전국 최초 임산부 자리 양보 알림 시스템…'핑크라이트'


부산 지하철 1호선에서 임산부석 알림 시스템 '핑크라이트' 장치가 작동되는 모습. 〈사진=김천 기자〉

이같은 임신부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 지하철입니다.

지난 3일 취재진은 부산광역시를 찾았습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2017년부터 전국 도시철도 최초로 지하철에 '핑크라이트'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핑크라이트는 발신기를 가진 임신부가 열차에 타면 임산부 배려석 수신기에서 자리 양보를 권하는 불빛과 음성이 나오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부산 1~4호선 전동차에 576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날 취재진은 임산부 배려석 발신기를 가지고 차량기지에 정차한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 발신기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살짝 더 큰 크기로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지 않았고 무게도 가벼웠습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에서 임산부석 알림 시스템 '핑크라이트' 장치가 작동되는 모습. 〈영상=김천 기자〉
작동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발신기 스위치를 꾹 눌러 활성화하기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발신기를 들고 임산부 배려석 근처에 다가가자 임산부 배려석 근처에 설치된 분홍색 알림 장치가 깜빡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불빛이 깜빡이면 가까이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습니다.

발신기를 활성화한 임신부가 근처에 있으면 자동으로 알림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겁니다. 실제 부산 지하철에선 이같은 시스템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자리를 양보받는 임신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알림 음성과 불빛 때문에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는 일부 임신부들의 의견을 반영해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내년 2월까지 발신기 역할을 대신하는 핑크라이트 앱(가칭)을 출시해 안내 음성 음량 조절 및 불빛 조절 등의 기능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대전지하철도…임산부석 배려 알림 확대


지난해 12월 SNS에 올라온 광주 임산부석 배려 알림 장치 모습. 〈사진=SNS〉

이런 움직임은 다른 지자체들로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대전광역시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부산 핑크라이트와 같은 임산부 배려석 알림 시스템 '위드베이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전동차의 첫째 칸과 마지막 칸에 설치해 모두 84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신기는 대전도시철도22개 역고객 안내센터에서 산모수첩을 제시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도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알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사람이 앉으면 머리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고객님께서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옵니다. 광주교통공사는 지난 5월까지 모든 전동차에 2대씩 임산부석 알림 장치를 설치를 마쳤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글쎄…"시민 의식 바꾸는 쪽으로" 추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은 아직 이같은 시스템이 도입된 전동차가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게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임산부석 알림 시스템을 추진한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산부석 배려를 음성이나 장치 등을 통해 안내하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으나 강제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전동차 내부 혼잡도 문제, 설치비 및 유지보수 비용 등의 이유로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시민 의식을 바꾸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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