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향해 "연좌제냐"…'재판 병합' 공방 [이재명 '대장동 재판' 취재파일(2)]

하정연 기자 2023. 11.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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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3차 공판…'재판 병합' 두고 공방
- 검찰 : 대장동+백현동 2개 사건만 병합해야
- 이재명 측 : 대장동+백현동+위증교사 사건 모두 병합해야
- '위증교사' 병합 여부가 핵심 쟁점 : 선고 시기와 연관?
● 이재명 대표 "미르재단과 달라"…"연좌제 아니냐"
 

지팡이 없이 출석한 이재명 대표…질문엔 묵묵부답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3번째 재판은 10월 20일 열렸습니다. 10시 반 재판 시작을 정확히 10분 앞둔 시각, 이재명 대표가 검은 승합차를 타고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직전 기일에 이 대표가 지각하면서 재판이 지체되자 재판부가 "다음부턴 10여 분 먼저 와서 재판 준비를 해달라"고 지적한 데 따른 겁니다. 단식 이후 매번 들고 다니던 지팡이 없이 차에서 내린 이 대표. "이번 주에만 두 번째 재판 출석인데 당무에 지장이 있는 것을 실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3차 공판의 쟁점 : '재판 병합'…2개? vs 3개?

이날 재판에서는 '재판 병합'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대장동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김동현 부장판사)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 교사 의혹 사건까지 배당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을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 측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별도 기일을 잡아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재판부는 일단 별도 심리 없이 두 사건 재판을 병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위증 교사 의혹 사건 병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 '재판 병합'이 중요한 이유는?

재판 병합 문제는 '재판의 속도', 즉 선고 시점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재판 병합' 문제를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서로 다른 셈법을 갖고 있습니다. 검찰은 대장동+백현동 의혹 재판 병합, 이 대표 측은 대장동+백현동+위증교사 의혹 재판까지 총 3개 사건 병합 심리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위증교사 사건은 다른 사건들에 비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선고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별도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 총선 전에도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재판 병합을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재판을 병합하면 심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통상 여러 사건으로 기소됐을 경우, 재판 출석에 대한 부담이나 양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건 병합이 유리하다고 해석됩니다. 반면 검찰 입장에선 위증교사 혐의로 일단 하나라도 유죄 판단을 빨리 이끌어내는 게 '정치 수사'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치열한 기싸움

●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 병합해야"…"찬성, 그러나 '병행 심리'는 반대"

10시 반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법정에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검찰 측은 우선 추가 기소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병합 심리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대장동 사건과 범행 구조가 유사하고 사건 증거도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병합 심리를 하는 게 용이하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동일한 피고인이 성남시 재직 당시 벌인 일로, 부동산 개발 비리로 브로커에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는 점에서 범행 구조가 유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의 이 같은 요청은 이 대표에 대한 유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보입니다. 사건의 최대 쟁점인 배임 혐의와 관련해 대장동, 백현동 사건에서 유사한 범행 구조가 반복됐다는 점을 설명함으로써 승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동상이몽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대표 측 변호인도 병합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어권 행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단 점에서 사건 병합이 낫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각 사건 심리는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병행 심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표 측은 "백현동 사건은 완전 별개인데 사실상의 병행 심리를 주장하는 검사 의견은 사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며 "변호인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수준의 업무수행을 요구한다"고 짚었습니다.

● 논란의 핵심은 '위증교사' 사건 병합 여부

결국 재판부는 두 재판을 병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 측이 원하고 있는 위증교사 의혹 재판 병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위증교사 사건 병합 여부는 정치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재판 병합은 1심 선고 시점과 관련 있습니다.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 번 영장심사 과정에서 혐의가 일부 소명된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고 내용이 다른 사건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별도 재판부에서 재판이 이뤄질 경우 1심 선고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사건인 겁니다. 하지만 사안이 복잡한 대장동 사건 등과 병합될 경우 1~2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여권에서 법원의 위증교사 사건 배당이 '이재명 지키기'라며 계속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빨리 결론 낼 수 있는데도 모두 병합해 장기간 심리하려는 거 아니냐고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이 대표 측은 대장동-백현동-위증교사 사건을 모두 병합해달라는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 높아진 언성…"변호인이 모를 리 없는데" vs "모독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신경전 이후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하자 분위기는 좀 더 험악해졌습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언성을 높이고 재판부가 말리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양측의 충돌은 검찰이 지난 2차 공판 당시 이 대표 측의 모두진술에 대해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성남FC 사건 관련해 이재명 피고인 측 주장이 재판부에 혼선을 주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 측이 성남FC 사건으로 사적 이익을 취득한 게 전혀 없다고 했던 걸 꼬집은 겁니다. 검찰 측은 "(이 대표 측 논리대로라면) 사적 이익이 금전적 이익에 한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 사건은 이재명, 정진상 피고인이 직접 금품을 받지 않아서 성립하는 범죄"라며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활동해온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이런 걸 모를 리 없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적 없다 주장하는 건 직접 받은 돈은 없으니 양형을 고려해달란 건지, 단순한 정치적 호소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애초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로 이 대표를 기소했는데 이 지점을 짚은 겁니다.

검찰 측 발언을 듣던 변호인석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러자 재판부에 "검사 진술 중에 변호인이 부적절한 추임새를 넣고 있으니 제지해달라"고 요청한 검찰.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변호인 모독"이라며 "수년간 활동한 변호인이 그것도 모른다고 모욕하고 있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법정 안 공기가 순식간에 격앙된 순간이었습니다. 양측 이야기를 듣던 재판부는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가 불쾌감을 느낄 표현"이라며 주의를 당부했고 양측의 설전도 일단락 됐습니다.

● 말문 연 이 대표…"박근혜 미르재단과 다르다"

의자에 살짝 기대어 앉아 조용히 재판을 지켜보던 이 대표가 직접 말문을 연 건 재판이 시작된 지 6시간을 넘겨가던 오후 5시쯤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아마도 이 사건 내용을 말씀드릴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몇 가지 말씀드리겠다"며 손바닥만 한 검은색 수첩을 펼쳤습니다. 재판 내내 이 대표가 직접 메모를 했던 수첩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수첩과, 재판부 그리고 검찰 측을 번갈아 바라보며 33분간 검찰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습니다.


우선 이 대표는 앞서 검찰과 자신의 변호인이 논박을 펼쳤던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재차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재단' 사례를 다시 꺼내 들었는데요. "미르재단은 운영의 성패가 최순실이라는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성남FC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미르재단 의혹은 성남FC 의혹과 엮여 자주 거론되는 사례입니다. 미르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업 16곳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기부금을 내게 했던 곳입니다. 검찰은 당시 재단의 실질적 소유주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였고 최 씨가 재단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은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성남FC 의혹도 비슷한 구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남FC 사건을 이 대표가 인허가권 등을 이용해 대기업의 청탁을 들어주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꾀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성남시 소유이자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사유화할 수 있냐며 미르재단 사례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고 이익과 혜택은 개인이 아닌 성남시민들에게 돌아갔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 "연좌제 아니냐"…정진상과 선 긋기?

발언 말미에 최측근이자 공범으로 기소돼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선을 그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습니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정 전 실장을 한 번 안아보고 싶다며 재판부에 요청하고는 포옹까지 했던 이 대표. 이날 3차 공판에서도 피고인석에 함께 나란히 앉았는데요.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의) 공소 내용에는 정진상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의·공모했는지가 전혀 없다. 그냥 가까운 상사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 아니냐"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다못해 '이재명 정진상이 모여서 이렇게 모의했다'라고 쓰여 있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의 기소가 헐겁다는 취지에 가까웠지만, 정 전 실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재판 11월 3일…위증교사 병합 여부 논의될 듯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이제 정리를 좀 해달라"며 제지하기도 했는데요. 이 대표는 "거의 다 끝났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발언을 한동안 더 이어갔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을 마쳤습니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이 대표까지 치열한 논박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정됐던 시간을 훨씬 넘겼고, 계획했던 서증조사는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11월 3일에 기일을 추가로 잡기로 하고 저녁 6시 10분쯤 재판을 마쳤습니다.

이번 달에만 대장동 재판은 벌써 5번 예정돼 있습니다. 격 주로 진행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까지 합치면 주 2회 재판이 불가피할 걸로 보입니다. 위증교사 의혹 사건까지 병합될 경우 사실상 3개 재판을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라 주 3회 재판에 출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고 시점과 직결되는 문제라 양측 기 싸움은 한층 고조될 걸로 예상되는데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 강도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하정연 기자 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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