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자살?’…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한 자살로 판단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면서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지난 9월 14일, 사망한 남편의 부인 이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남편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사망한 남편은 2020년 과장으로 승진한 후 애완동물 관련 신제품 개발 업무를 추가로 맡았다"면서 "사망 이전까지 업무 적응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신제품 기획 과정에서 포장지에 기재된 '오메가-3' 함량 표시의 오류를 알았지만, 수정이 어려워진 이후로 심적 압박을 받았던 거로 보인다"면서 "승진 기회의 상실 등을 우려해 심각한 좌절감과 무력감, 수면장애 등에 시달렸던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한 남편의 완벽주의적 성향과 다소 소극적인 기질 등 개인적인 성향이 우울증 원인 중 하나라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유서에 기재된 '부족함, 바보같음' 등 자책 역시 회사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거로 보인다"면서 "자녀와 부인의 생일을 앞두고 자살을 하게 된 건 극심한 우울증의 발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원고 이 씨의 남편은 수의사로 A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2020년 12월, 자택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사망한 남편은 회사 업무로 인한 압박보단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해 자살에 이르러,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유족인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