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의 '외로운 외침'…지지부진한 '선거개혁'
무산 시 '위성정당' 유혹…'막판 합의' 가능성도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편(선거개혁)' 논의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달여 앞두고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탄희 의원 등의 내부 비판도 관측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선거개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준연동형' 지키자는 민주…'야권 200석'도 거론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개혁 논의가 공전하면서 '병립형 회귀'를 조건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1일과 3일 라디오 등에서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고 군소정당 등과의 '야권연합'을 통해 '총선 200석'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저지하기 위해 법안 재통과 요건인 '200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선거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병립형 회귀에 대한 협의는 아직 없었다"며 이 의원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앞서 정치권은 올해 초부터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도로 선거개혁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 4월에는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가 구성돼 나흘간 토론했으며 지난 7월부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가 가동됐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국정감사 등 주요 현안을 이유로 선거개혁 논의는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타협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구 의석(253석)은 선거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47석) 선출 방식을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대신 '권역별 명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 결과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연동하지 않는 것으로 준연동형 도입 이전 선출 방식이다. 권역별 명부제는 비례대표 명부(당선 순서)을 지역별로 구성하는 것이다(현행 전국 단일명부).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병립형 회귀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과거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개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다당제 촉진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우리 스스로 개혁을 되돌리는 셈 아니냐"며 "준연동형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여당 '인요한 혁신위'가 3일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주장하면서 당내 반발심리도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싶다면 '권역별 명부식'을 받든지 아니면, 의석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해야 상식에 맞는 것 아니냐"며 "포퓰리즘을 떠나 이런 식이면 선거개혁 협상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불리 따라 판단"…'파생정당' 변수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 대비 낮을 때 비례대표 의석 배분 시 우대(연동률 50%)하는 제도다. 지난 2019년 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모든 정당(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 등)의 합의로 통과됐다. 소수정당의 진출과 사표(死票) 발생을 완화하자는 취지였으나 지난 총선에서 여야가 각각 미래통합당, 더불어시민당 등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문제가 됐다.
내년 총선을 목표한 선거개혁이 무산될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시 '위성정당'의 유혹을 받게 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의 문제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을 만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도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따라 만든 것"이라며 "선거가 다가오면 유불리에 따라 현실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의도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총선부터 '위성정당'에 대한 피로감이 계속됐다"며 "위성정당 사태가 재현되면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직접 위성정당을 만드는 대신 유사한 정치지향을 보이는 '파생정당'과 연대한다면 부담을 덜게 된다. 이탄희 의원의 '야권연합 200석'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다. 민주당에서는 '기본소득당(용혜인)'이나 '진보당(강성희)'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군소정당들이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 출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면 양당(민주당·국민의힘)과의 협력 여지는 넓어진다"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과도 이론적으로는 파생정당 전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총선 당시 최강욱 전 의원, 강민정 의원 등을 당선시킨 '열린민주당'이 파생정당에 해당하는 사례다. 결국 열린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합당했다.
'권역별·병립형'을 조건으로 '막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통화에서 "파생정당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세부적인 정치지향이 달라 이후 '화학적 결합'도 문제고, 열린민주당도 그래서 대선 전까지 합당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도 현행 선거제도 유지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당장은 말을 아끼지만 막판에 타결될 여지는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4월 말까지 연장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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