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1730km 가을 대여정, 이대로 끝낼 수 없다...'PS 12이닝 무실점' 페디 바라기가 운명을 짊어졌다 [PO]
[OSEN=조형래 기자] 창원에서 시작해 인천을 거치고 다시 창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원에서 창원, 다시 수원까지. NC는 험난한 가을 여정을 치르고 있다. 1730km의 대여정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 20승 200탈삼진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나설 수는 없지만 ‘페디 바라기’인 신민혁(24)에게 이 가을의 여정이 계속될지 달려있다.
NC는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다. 선발 투수는 모두가 기대했고 예상했던 에이스 페디가 아닌, 신민혁이다.
NC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3위 순위 경쟁을 펼쳤다. 그러다 막판 4위로 미끄러지면서 포스트시즌 일정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두산을 14-9로 꺾으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가을 질주의 시작이었고 또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기도 했다. 3위 SSG(인천), 2위 KT(수원), 1위 (LG) 등 상위 3팀이 모두 수도권에 위치했기에 NC는 엄청난 이동 거리를 각오해야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창원NC파크에서 SSG랜더스필드까지 네비게이션상 이동 경로 기준으로 왕복 약 740km를 오가야 했다. 그래도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여세를 몰아서 3전 전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창원에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 4일 간의 휴식을 취하고 플레이오프가 치러지는 수원으로 이동했다.
수원 KT위즈파크까지는 330km. 수원 적지에서 2승을 챙기면서 3전 전승 업셋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홈인 창원에서 내리 2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2승2패가 됐다. 왕복 660km를 오갔는데, 다시 운명의 5차전이 열리는 수원으로 이동하게 됐다. 330km가 더 추가됐다.
현재 NC는 약 20일 가량의 가을야구 기간 동안 1730km의 어마어마한 이동을 하고 있다. 정규시즌에도 이동거리가 부담인 팀인데, 포스트시즌에서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 부으면서 여독은 더욱 켜켜이 쌓였다.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에서 비롯된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이제는 자신들과의 싸움, 한계와 집중력과의 싸움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대로 끝낼 수 없다. NC는 기대했던 에이스 20승 200탈삼진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피로 누적 여파로 나설 수 없지만, 올해 가을야구에서 페디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신민혁이 선발로 등판한다.
신민혁은 올해 NC의 가을을 빛나게 해준 일원이다. 페디가 피로누적 여파로 등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지난달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으면서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깜짝 역투를 선보였다.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와 커터, 체인지업의 조합으로 SSG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 시켰다. 업셋과 기적의 첫 단추를 직접 끼웠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중책을 맡으며 6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3-2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12이닝 무실점으로 ‘가을 사나이’가 됐고 팀은 모두 승리를 챙겼다.
페디가 나설 수 없지만 신민혁은 페디의 모든 것을 따라하면서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피칭 전 셋업 동작을 페디처럼 바꿨다. 상체를 숙이고 포수 미트를 바라보는 셋업 자세는 페디와 똑같다. 여기에 페디의 수많은 주무기 중 하나인 커터의 그립을 배워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신민혁은 “페디의 폼도 따라하면서 던지는 것 등 많은 것을 물어본다. 페디를 따라하는 게 많다 보니까 변화구도 좋아지고 뭔가 날카로워진 것 같다. 스피드도 붙고 제구도 잘 되는 듯한 느낌이다”라면서 “페디의 폼으로 바꾼 뒤 잡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이전의 자세에서는 다리 들 때 생각이 많았다. 페디처럼 폼을 바꾼 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니까 제구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커터에 대해서는 “커터는 원래 던졌는데 페디가 던지는 그립으로 바꿨다. 약간 달라진 것인데 제구도 잘 되고 있다”라면서 “체인지업 때문에 커터가 사는 것 같다. 커터와 체인지업은 반대로 휘는 구종들이니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리즈 2연승 후 2연패로 흐름과 분위기가 KT쪽으로 넘어간 상황. 타선의 체력도 뚝 떨어져 있다.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신민혁은 마운드에 오른다. NC의 가을 대여정은 한국시리즈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