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업무 적응 어려움에 극단 선택…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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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의약회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이 2020년 초 승진하면서, 이전까지 해본 적 없는 애완용 제품과 관련된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돼 심적 부담이 컸다"며 "그러던 중 2020년 말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주요성분 함량 표시 문제가 발생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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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본인 완벽주의 탓"…법원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의약회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남편 B씨는 수의사로, 2016년 5월부터 한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 2020년 12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2021년 10월 "B씨는 회사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이 2020년 초 승진하면서, 이전까지 해본 적 없는 애완용 제품과 관련된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돼 심적 부담이 컸다"며 "그러던 중 2020년 말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주요성분 함량 표시 문제가 발생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B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승진 이전까지는 주로 수산, 양봉 등과 관련된 업무만을 담당했으나 승진 이후 신제품 개발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고, 이 업무 적응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B씨는 애완동물용 신제품 기획 과정에서 사료 포장지에 기대된 성분이 실제 제품 함량과 다른 오류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됐고, 수정여부와 법률 분쟁 및 내부 평가 저하 등을 우려하며 심각한 과절감과 무력감, 수면장애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실제 B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아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B씨가 원만한 대인관계와 안정적 가족을 꾸리고 있었고 경제적 문제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것 외에는 다른 동기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제품과 관련해 회사 차원의 직접적인 압박이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B씨가 받은 스트레스 강도에는 공단의 주장과 같이 B씨의 개인적 취약성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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