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CPU 파도에 삼성전기도 탑승…세종, 차세대 기판 거점으로
지난 2일 찾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노란 불빛 아래 로봇 팔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반도체 기판 제조에서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 그 가운데서도 광반응으로 필름을 경화해 필요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과정이 진행 되는 중이다. 17만5206㎡(5만3000평) 규모의 사업장, 부지런히 기계가 돌아가지만 정작 생산 라인에 붙어 일을 하는 직원들은 드문드문 포착될 뿐이다. 일부 설비를 로봇이 운용하면서다.
공장 자동화를 시작으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이 새 미래를 준비 중이다. 단지 한 켠에 짓고 있는 신공장은 세종사업장 최초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계를 갖추고 자동화 프로세스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신공장에서 주로 생산할 제품은 세종사업장의 '핵심',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용 기판 FCCSP다. FCCSP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세종사업장은 1991년 처음 지어진 후, 2010년부터 모바일 AP용 기판 시장에서 FCCSP 매출 글로벌 1위를 차지해왔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연간 매출 2조원을 달성한 가운데, 세종 사업장이 절반이 넘는 1조2500억원을 차지했다.
세종사업장이 모바일 AP 기판을 주로 다루면서 한편으론 '구세대' 공장이란 이미지도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부산 사업장이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와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등 삼성전기가 차세대 산업을 겨냥한 신성장동력 품목을 다루는 반면 세종사업장은 '레거시' 제품을 다룬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반도체 회로 미세화로 패키징 중요도가 커지고,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자체 칩 생산에 나서면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대표적 예시가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ARM용 CPU(중앙처리장치)의 확산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AP용으로 생산해왔던 FCCSP가 ARM CPU에도 사용된다. 성숙 시장에 접어든 모바일 AP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더해 새 응용처 확대로 또다른 기회가 생긴 것이다.
ARM CPU 파도가 밀고 들어오며, 인텔이 장악해온 PC용 CPU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이 ARM 기반 CPU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CPU로 주목받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스 대응을 위해 자연히 고성능 반도체 구현을 위한 핵심 적층 방식 2.5D 패키징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차세대 패키지 기판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FCCSP는 반도체 칩의 크기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기판으로,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전기적 신호 이동 경로가 짧아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세종사업장은 이 외에도 UTCSP, RF-SiP기판을 생산한다. 각각 스마트폰 메모리와 스마트폰 통신모듈·5g안테나용으로 주로 쓰인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임베딩'기술을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전기신호가 지나가는 길인 회로는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신호의 경로도 길어진다. 신호 경로가 길어지면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 중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임베딩 공법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 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이다. 임베딩 공법을 통해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차세대 패키지 기판이 생산될 신공장은 2024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심규현 삼성전기 패키지 제조기술 팀장(상무)는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생산능력 관점 보다는 기술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얼만큼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제품이 미세화되고 있는만큼, 신공장에서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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