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재훈 기자 2023. 11.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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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정규 음반 발매…'해크니 다이아몬즈'
英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1위로 데뷔
美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3위로 진입
[서울=AP/뉴시스] 키스 리처드(왼쪽), 믹 재거. '해크니 다이아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여는 롤링스톤스 멤버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전은 본인에게 빚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빚어낸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18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 '해크니 다이아몬즈(Hackney Diamonds)'로 증명한 사실이다.

영국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스물 네 번째, 미국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스물 여섯 번째 음반이다. 특히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으로 앨범을 낸 건 2005년 '어 비거 뱅(A Bigger Bang)' 이후 처음이다. 2021년 창립 멤버인 드러머 찰리 와츠(Charlie Watts·1941~2021)가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내는 앨범이기도 하다.

사실 롤링스톤스는 전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에선 크게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이웃한 일본은 여러 차례 찾았지만 내한공연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또 국내에선 전성기 당시 라이벌을 이룬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가 최근 발매한 마지막 신곡 '나우 앤 덴'에게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구르는 돌(rolling stone)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이번 음반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롤링스톤스는 영국 디자이너 존 파셰(78)가 디자인한 것으로, 음반 '스티키 핑거스(Sticky Fingers)'(1978) 때부터 공식 사용한 로고 '혀와 입술'(Tongue and lips logo)이 박힌 티셔츠 등만 팔아도 젊은 층 사이에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해크니 다이아몬즈' 발매를 기념해 스페인 프로축구(라리가)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최근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 '혀와 입술'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다.

[서울=AP/뉴시스]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에 박힌 롤링스톤스 '혀와 입술' 로고

그런데 평균 연령 79세인 보컬 믹 재거(80),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80)·로니 우드(76) 등 롤링스톤스 멤버들은 자신들의 인장을 살리면서도 트렌드를 끌어안는다. 이들이 택한 프로듀서는 1990년생 미국 출신 앤드류 와트(Andrew Watt·33)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와트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 포스트 말론 등과 작업했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솔로곡 '세븐'과 '스텐딩 넥스트 투 유'의 프로듀서로 K팝 팬들 사이에도 알려졌다.

여전히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걸친 롤링스톤스 멤버들의 음악은 신선함과 고전적인 면모를 동시에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큰롤을 기반으로 삼지만 와트의 프로듀싱 덕분에 '현재 시제'에 어울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트랙이 '해크니 다이아몬즈' 첫 번째 싱글이자 오프닝 곡인 '앵그리(Angry)'다. 직설적인 이 곡은 재거의 건들거리는 보컬, 리처드의 구시렁거리는 기타의 매력적인 모든 요소를 팝적으로 만들었다.

레이디 가가가 참여한 블루스 풍의 '스위트 사운즈 오브 헤븐(Sweet Sounds Of Heaven)'은 열정적인 가가의 보컬이 잘 살려져 있다.

'디펜딩 온 유(Depending On You)'는 미디엄 템포 발라드인데 재거의 차분함이 깃든 색다른 보컬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훌 와일드 월드(Whole Wide World)'는 롤링스톤스의 과거 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서울=AP/뉴시스] 롤링스톤스 '해크니 다이아몬즈' 커버

특히 펑크 요소가 다분한 '바이트 마이 헤드 오프(Bite My Head Off)'엔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베이스 솔로가 터져나오는데, 노장들의 협업은 이렇게 아직도 역동적이다.

마지막 트랙 '롤링 스톤스 블루스'는 자신들의 팀 이름에 영감을 준 블루스의 거장 머디 워터스(1915~1983)의 '롤링 스톤'(1950)에 대한 헌사다.

하지만 박한 평가도 있다. 미국의 유명 음악 비평지 '피치포크'는 '해크니 다이아몬즈'에 대해 평점 10점 만점에 4.5점을 주며 "금세기 두 번째 오리지널 앨범은 캐릭터가 사라진 진부한 앨범"이라고 들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젊음의 로큰롤 분수에서 활력을 되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와트와 협업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고 봤다.

와트가 다듬어낸 매끈한 사운드를 실제 젊은 세대가 어떻게 들을 지가 이번 음반의 효용 가치에 대한 관건이다. 차트 성적은 통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해크니 다이아몬즈'는 발매 즉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열 네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영국 보이그룹 '테이크 댓' 출신 로비 윌리엄스와 같은 성적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가 열 여섯 개의 앨범을 1위에 올리며 해당 부문 선두주자로 나섰다. 특히 롤링스톤스는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열한 번째 정성에 올랐다. 이는 비틀스, 로비 윌리엄스, 미국 록 음악의 대부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같은 성적이다. '해크니 다이아몬즈'느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에서 발매 두 번째 주에 3위를 차지하며 2주 연속 톱3에 들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선 3위로 데뷔했다. 이에 따라 롤링 스톤스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20년대에 걸쳐 10년 마다 '빌보드 200'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첫 번째 팀(가수)이 되는 역사를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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