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상황 외면한 ‘1순위 출신’ 이원석, 자신감 없다면 하윤기-이정현 따라잡지 못한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11.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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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높은 이원석, 그의 한계도 분명했다.

서울 삼성은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홈 경기에서 87-90으로 패배했다.

10번의 동점, 5번의 역전이 이어졌을 정도로 치열했던 경기였다. 40분 경기의 승패를 가른 건 마지막 1분도 되지 않았고 그 중심에는 이원석이 있었다.

잠재력 높은 이원석, 그의 한계도 분명했다. 사진=KBL 제공
삼성은 4쿼터 87-89로 밀린 상황에서 공격 기회를 얻었다. 경기 종료 21초 전, 공격 제한 시간 10초를 남긴 순간 이정현은 이원석에게 패스했다. 이원석은 자유투 라인에 있었다. 그의 앞에는 패리스 배스가 있었고 이두원은 코피 코번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원석의 선택지는 많았다. 그러나 여유가 없었던 그는 단 한 번도 림을 쳐다보지 않았고 오히려 3점슛 라인 밖에 서 있는 가드들을 살폈다. 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가드들은 주춤했다. 결국 삼성의 동점 기회는 코번의 공격 실패로 끝났다.

이원석 앞에 서 있었던 배스는 4개의 파울을 안고 있었다. 4개의 블록슛을 기록했지만 사이즈에서 부담스러운 이원석이기에 정상 수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두원이 함께 버티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슈팅을 시도했다면 무려 12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코번이 있었다. 2차 공격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원석은 림을 외면했다. 자신감이 없었고 본인이 해결할 의지도 없었다. 완벽한 미드레인지 점퍼 기회였고 상황에 따라 돌파도 가능했다. 득점 또는 파울만 얻어냈어도 됐다. 그에게는 분명히 선택권이 있었지만 결과는 패스,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패스는 삼성의 패배를 의미했다.

이원석은 kt전에서 35분 9초 출전, 17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스탯만 보면 나무랄 수 없는 활약이었다. 슈팅을 갖춘 그이기에 삼성의 스페이싱 게임은 코번이 있음에도 적절한 활용이 가능했다. 그 결과 kt는 도박적인 수비를 할 수밖에 없었고 접전이 이어진 이유다.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트레일러 역할도 잘 해낸 이원석이다. 본인이 직접 리바운드를 잡고 뛰어 들어가 파울을 얻어내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더불어 3점슛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시도, 2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원석은 서울 삼성이 가진 보물이다. 그러나 제대로 빛내지 못한다면 가치 없는 보물이 된다. 사진=KBL 제공
패배에도 불구 이원석을 비판할 수 있는 경기 내용과 결과가 아니었다. 다만 단 한 가지가 아쉬웠다. 삼성의 사실상 마지막 공격 기회, 즉 클러치 상황에서 보여준 자신감 없는 모습은 그가 왜 하윤기, 이정현(소노)에게 밀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원석과 달리 하윤기, 그리고 이정현은 팀의 공격과 수비 중심에 있다. 하윤기는 KBL 최고 수준의 빅맨으로 성장했고 그 배경에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 그리고 안정적인 수비가 존재한다. 이정현의 경우 설명이 필요 없다. 현재 KBL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이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도 클러치 상황에서 책임까지 질 수 있는 에이스가 됐다.

반면 이원석은 적지 않은 부상, 정체된 성장 등 여러 악재가 있었다. 그럼에도 뛰어난 신체조건, 좋은 운동 능력으로 하윤기-이정현을 제치고 전체 1순위에 지명되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금껏 가진 재능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원석이 하윤기, 이정현에게 밀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감이다. 클러치 상황에서 김시래, 이정현 등 베테랑들에게만 기대는 모습은 그가 여전히 ‘유망주’에 멈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 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젊은 선수이지만 전체 1순위라는 타이틀은 무겁다. 그리고 재능도 분명하다. 그런 그가 최고가 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자신감이 없다는 건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자신감 없는 선수는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성공한 선수도 없다. 이원석에게 있어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본 kt전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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