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탈출', 시청률만 노린 '막장'은 설 곳이 없다

홍혜민 2023. 11. 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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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 본다." 이는 오랜 시간 일명 '막장 드라마'들의 필승 공식으로 여겨져 온 전략이다.

앞서 '펜트하우스' '아내의 유혹' '아씨 두리안' '오로라 공주' 등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했던 작품들이 막장 전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면서 이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증하는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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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홍수 속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개연성 없는 '막장'엔 싸늘
김순옥 작가도 못 피한 시청률 하락세, '7인의 탈출'은 연일 휘청
드라마 '7인의 탈출'이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에도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하고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스튜디오S 제공

"욕하면서 본다." 이는 오랜 시간 일명 '막장 드라마'들의 필승 공식으로 여겨져 온 전략이다.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과 전개를 비판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찾아보게 되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공략해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펜트하우스' '아내의 유혹' '아씨 두리안' '오로라 공주' 등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했던 작품들이 막장 전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면서 이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증하는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대한 소구력이 높아진 이후에도 '막장'을 앞세운 드라마들이 꾸준히 제작돼 온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막장 드라마'의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지는 모양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적만을 위해 만들어진 평면적인 막장 드라마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로 이른바 '막장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신작인 SBS '7인의 탈출'은 최근 잇따른 시청률 하락세 속 5%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김 작가의 전작인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최고 28%, 평균적으로 10~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최근 드라마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추세라고 해도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 중인 경쟁작들이 8~1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원조교제, 교내출산 등 자극적인 소재를 총망라한데다 막장을 넘어 잔혹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가파른 전개는 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훨씬 파격적이지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김 작가와 함께 또 다른 '막장 드라마'의 대모로 꼽히는 임성한(피비) 작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8월 종영한 TV조선 '아씨 두리안'은 '고부 동성애'라는 전례없는 파격 설정까지 감행했음에도 중반까지 5%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했다. 후반부에 시청률이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기존 임 작가가 선보인 작품에 비하면 이 역시 낮은 수치다.

두 작품의 저조한 성적은 기존 막장 드라마에 비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비단 선정적인 연출과 소재만이 이들의 패인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나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도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이었지만 시청률 견인과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던 것이 일례다. 자극적인 소재의 작품이라도 단순히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한 '막장'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인물들, 사회적 병폐를 담은 현실적 메시지를 담은 경우 정반대의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놓고 '막장'을 표방하는 것 만으로도 시청률을 보증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드라마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탄탄한 스토리와 설득력 있는 메시지, 신선한 재미까지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함께 높아졌다. 더 이상 시청률만을 위한 '막장' 스토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넓은 시각에서 볼 때 국내 드라마 시장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변화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거듭하는 생산적인 고민들이 결국 드라마 시장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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