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트로폴리탄도 한국미술 중요성 인식…근현대 소장품 확대"
7일부터 한국실 25주년 기념전…"미래 25년 방향 제시하는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메트로폴리탄(메트) 미술관에 영구적인 한국미술 큐레이터 자리가 생긴 것은 이제 메트가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메트는 한국 미술 소장품을 늘리는데도 신경 쓸 계획입니다."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한 곳인 메트에는 지난 9월 영구적인 한국미술큐레이터직이 생겼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삼성문화재단의 기금 지원을 통해 'KF-삼성문화재단 한국미술 큐레이터십'(이하 기금 큐레이터) 직책이 신설된 것이다. 해외 미술관의 한국미술 큐레이터직 영구 운영을 위한 기금 설치의 첫 사례다.
메트의 초대 한국미술 기금 큐레이터로 선정된 현수아(엘레노어 수아 현) 큐레이터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미술·일본미술 영구 큐레이터는 이미 다 있었다"면서 "이제 한국 미술 영구 큐레이터직이 생긴 것은 그만큼 메트 내에서 이런 자리가 중요하고 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데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기금이 지원돼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내부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기금 지원만으로 이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곳도 있는 만큼 메트는 이제 한국미술이 중요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구 큐레이터직 설치는 올해 메트 한국실(한국미술 갤러리) 설치 25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메트 한국실은 1998년 KF가 건축 경비를 내고 삼성문화재단이 운용기금을 지원해 165㎡ 넓이로 개관했다. 개관전에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등 국보급 문화재 22점 등 120여점이 한국에서 건너가 전시됐고 개관식에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참석했다.
현 큐레이터는 "한국실은 25주년을 맞아 변화를 모색 중"이라면서 "메트 한국미술 소장품 650여점 중에는 주로 도자기 같은 고미술 작품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한국 근현대 미술 소장품을 늘리는 데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 한국실 25주년을 기념해 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계보: 메트의 한국미술'(Lineages:Korean Art at The Met)전은 앞으로 메트 한국실의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12∼13세기 도자기부터 2000년대 근현대미술 작품까지 30여점을 통해 한국 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전시다. 서세옥의 수묵화 '사람들'(1988)과 김환기의 '달과 항아리'(1954), 권영우의 '무제'(1984), 이유태의 '인물일대-탐구'(1944), 이불의 '사이보그' 연작(2000) 등을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에서 빌려와 전시한다.
현 큐레이터는 "몇주년 기념전시는 대개 그동안 뭘 해왔나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는 앞으로 미래 25년을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를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을 단순하게 '어떤 것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제를 넓게 잡았죠. '사람'(People), '선'(Lines), '장소'(Places), '사물'(Things) 등 4개의 주제를 잡았고 각 주제의 영어 표현에는 의도적으로 복수형을 썼어요. 한국미술의 역사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여러 양식이 있고 시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 큐레이터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조선 후기와 중국 청나라 미술 관련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5∼2019년 영국박물관에서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근무했고 메트에는 2019년 합류했다.
그는 미국 내 한국미술 소개 현황에 대해 "한국인들은 메트에 오면 당연히 한국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2000년대로 가야지 미국 내에서 한국미술을 볼 수 있고 (미술관에) 한국실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메트 등에 상설전시실이 생기면서 한국미술이 기본적으로는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열린 한국미술 전시에서는 신라 금관이나 고려 불화 같은 국보나 '명품'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건 한국미술에 대해 (미국인들이) 너무 모르니까 초기 개념으로 생각해 그런 작품들을 소개했던 거지만 이제는 미국인들도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그는 "이제는 좀 더 광범위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제를 잡아 한국미술의 세밀한 뉘앙스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추세"라면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실험미술전이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1989년 이후 한국미술전을 그런 사례로 들었다.
현 큐레이터는 한국미술 전시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다른 지역 미술에 비해 한국 미술, 특히 근현대미술을 공부하기가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프랑스·중국·일본·아프리카 미술사를 배울 수 있다면 한국 미술사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학원에서도 한국미술 수업도 있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있어야 다음 세대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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