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 공백은 없었다… 박동원이 애리조나에서 말했던 꿈, 팬들은 준비가 끝났다

김태우 기자 2023. 11. 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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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강남의 공백을 지우며 정규시즌 우승에 공헌한 박동원 ⓒ곽혜미 기자
▲ LG의 새 주전 포수로 무난한 첫 FA 시즌을 보낸 박동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11월 21일은 포수 시장이었던 2022년 프리에이전트(FA)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였다. 강민호(삼성)의 이적 이후 오랜 기간 포수가 고민이었던 롯데가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한 것에 이어, 유강남을 잃은 LG가 박동원과 총액 65억 원에 계약했다. 순식간에 두 팀, 혹은 KIA까지 세 팀의 주전 포수가 바뀌었다.

LG도 처음에는 유강남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롯데가 유강남 레이스를 주도하자 결국은 잡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조짐이 있을 때부터 대안으로 생각한 선수가 박동원이었다. 한편으로는 내부에서 “박동원의 능력이 유강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다.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는 이 부분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FA로 이적하는 선수들은 시작부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전임자도 FA로 떠나고, 그 빈자리를 메운 선수라는 점에서 그 압박감은 더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당시 만난 박동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박동원은 “그런 부담은 전혀 없다. 그런 부담보다는 어떻게 하면 선수들을 빨리 알아가느냐가 첫 번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하나의 목표를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박동원은 LG의 팀 전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타 팀의 포수로 LG 투수들의 공을 쳐보고, LG 타자들의 습성을 유심히 살폈다. 박동원은 “LG 투수들의 공이 좋고, LG 타자들도 강하다”면서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 구단 역사상 정규시즌 최다승도 해보고 싶다. LG 팬분들이 많지 않나. 야구장이 터질 것처럼 함성이 나오면 소름 끼칠 때가 많다. 그것을 많이 느껴보고 싶다”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박동원은 올 시즌 20개의 홈런을 치며 비교적 좋은 평가 속에 정규시즌을 마쳤다. 전반기 홈런 페이스를 이어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한 방’이라는 자신의 장점은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새로운 투수들과 호흡도 괜찮았다. 유강남의 공백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시즌 막판 박동원의 영입에 대해 “나는 굉장히 만족한다. 수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칭찬했다.

스스로 타격에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잘 가다듬으면 내년에는 타율이 더 올라오고, 그에 비례해 홈런 개수도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염 감독의 자신감이다. 염 감독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30홈런을 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격려했다. 다만 내년 일은 일단 제쳐둬야 한다. 짧게는 4경기, 많게는 7경기까지 중요한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 박동원은 LG 마운드를 이끄는 주전 포수다 ⓒ곽혜미 기자
▲ LG는 박동원의 일발장타력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곽혜미 기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는 플레이오프 승자와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껏 달아오른 LG는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단기전에서 모든 선수들이 다 중요하지만, 역시 포수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실수하면 만회할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무대다. 포수의 상대 분석과 두뇌 회전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볼 배합 하나가 팀을 웃게 하고, 또 울게 하는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게다가 박동원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일발장타를 가졌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오스틴(23개)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였고, 타점은 오스틴(95개)과 김현수(88개) 다음인 3위였다. 단순히 타율만 보고 팀 내 비중을 따질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빡빡한 승부가 예상되는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순간 터지는 한 방은 시리즈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대포가 많지 않은 LG는 박동원의 힘에 기대를 건다.

박동원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소리를 꼭 듣고 싶어 했다. LG는 정규시즌 그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팀이었고, 이제 팬들은 화끈한 한국시리즈 지원 사격에 나선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만 잘하면 된다. 박동원의 꿈이 이적 첫해부터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개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도전하는 박동원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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