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에 정말 진심이라면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2023. 11.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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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김태우 전 구청장은 공익신고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시사IN 이명익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권력형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면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과 관련하여 “내부고발원으로서 의미가 없었다고 보이지 않고, 사면은 그런 경우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익 신고를 활성화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김태우 전 구청장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는 아니었다. 제보의 내용이나 절차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애초에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 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471개 법률을 열거하고 있는데, 김태우 전 구청장은 청와대의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의 범죄를 고발하기 위하여 폭로했다는 것이고, ‘형법’은 471개의 ‘공익 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법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의 행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보호 대상도 아니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의 부패 행위를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언론 제보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월11일 재보선에서 사면을 받고 출마한 김태우 전 구청장은 낙선했다. ⓒ시사IN 이명익

공익 신고 대상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김태우 전 구청장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감찰 절차가 진행되자 각종 폭로를 시작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폭로의 동기나 목적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함으로써 청와대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신고와 고발에 앞서 언론에 먼저 제보한 점” “피고인이 감찰 대상자의 실명과 첩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점” “피고인의 추측과 과장을 더하여 그 전체가 마치 객관적 사실인 듯이 제보함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킨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취한 수단과 방법이 상당하지 않고 긴급성과 보충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당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견해에 따라서는 공직자의 범죄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공익신고자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공익신고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법 제도적으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도 언론사나 시민단체를 공익 신고 기관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특히 공익 침해행위를 ‘열거적으로’ 정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 대신에 최소한 ‘내부 공익신고자’인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한 모든 법령 위반 행위’를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신고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공익 침해행위 대상이 되는 법률을 열거적으로 정하는 방식은 어떤 행위가 공익 신고 대상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에서 열거하지 않은 부패나 비리 신고는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공익 신고 대상 범위를 ‘법률 위반 행위’ ‘부정행위’ 등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면 제도는 역사적으로 절대군주인 국왕의 은사권에서 유래했다. 공익신고자 보호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누군가 ‘은혜’를 베풀 때만 가능하다면, 그것은 문제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은혜 베풀기가 아니기를,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를 빈다.

이혜온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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