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김장 물가 잡는다…농산물 수급 전진기지 이천비축창고

임하은 기자 2023. 11.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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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4곳 기지 중 최대규모…8천t 물량 저장 중
김장철 비축물량 1만1000t 방출…물가안정 도모
이천 비축기지 전경. (사진 = a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정부비축콩, 실충량 1000㎏, 2022년산, 산지 김제시."

지난해 수확한 콩들이 시장에 풀리기를 기다리며 가을 잠을 자는 곳, 농산물 물가 안정의 핵심지인 이천비축기지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농산물 수급이 불안할 때, 정부가 저장해 둔 콩, 배추, 무, 고춧가루, 대파 등을 꺼내는 곳이 바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비축기지다.

지난 2일 방문한 경기 이천시 대월면에 위치한 이천비축기지는 전국 14곳의 비축기지 중 가장 큰 곳이다. 창고 4곳에는 2만3200t의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다. 현재 비축기지에는 콩, 밀, 무, 감자, 팥, 참깨, 고추 등 8300t의 농산물을 저장 중이다.

각 농산물 품목은 각기 다른 온도, 습도, 품온(식품의 가장 안쪽 온도) 등으로 분리돼 보관된다. 기자단이 방문한 창고에는 지난해 생산한 김제산 콩이 깨끗하게 정리된 채로 1t 포대에 담겨 있었다. 창고마다 200t~400t가량의 농산물이 저장돼 있다가, 시장의 수급이 불안정할 때 방출된다.

곡류는 8~10도에, 무와 배추는 0~1도, 마늘과 양파는 영하 3도로 구분해 해충이 생기지 않는 온도대를 유지한다. 필요한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이런 조건으로 보관하면 콩은 최장 3년간, 배추는 4개월, 무는 5개월가량 저장이 가능하다.

[이천=뉴시스] 임하은 기자 =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 위치한 이천비축기지에서 관계자가 기자단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2023.11.02. rainy71@newsis.com

정부는 김장철을 맞아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고춧가루, 대파 등은 수입산을 포함해 정부 비축 물량 약 1만1000t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배추는 농협 출하계약 물량 2700t을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공급량이 충분한 무는 1000t가량을 사들여 보관한 뒤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국내에서 사들이는 비축 품목은 11개로 고추, 마늘, 양파, 땅콩, 두류, 사과, 배, 배추, 무, 밀, 감자다. 고추, 마늘, 양파, 생강, 참깨, 땅콩, 콩, 팥(녹두), 감자 등 9가지 품목은 수입도 해서 비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비축사업 지침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하면 aT는 시행기관으로서 수매, 수입, 보관,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한다.

콩과 팥, 참깨는 상시 비축해놓고 연중 내내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수급이 민감한 품목인 고추, 마늘, 양파는 국내 농가의 주된 생산 시기에는 방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공급을 조정한다.

비축기지는 국내산 농산물을 시가와 정부지정가격 등으로 사들여 농가의 소득에 기여하고, 그렇게 저장한 물량은 시장의 농산물 가격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해 소비자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천비축기지는 부지 면적 16만27㎡(약 4만8000평)에 보관 면적이 1만9780㎡에 달한다. aT는 이천과 더불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김포, 평택, 인천 총 4개의 비축기지를 운영 중이다.

한편 매년 품목마다 생산량, 가격대가 달라지기에 농가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방출을 하지 않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폐기량은 2020년에는 4500t, 2021년 2만5000t, 2022년 9600t, 올해 2900t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폐기 처리 비용에만 62억원이 투입됐다.

[이천=뉴시스] 임하은 기자 = 이천비축기지 창고에 저장된 1t 콩포대에 품온계가 꽂혀 있다. 2023.11.02. rainy71@newsis.com


aT는 폐기 물량을 감축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분할수매, 수출 확대, 수확 전 밭떼기로 구매하는 포전 직출하 확대 등 개선방안을 강구 중이다. 불확실성에 따른 일정 부분의 폐기는 불가피하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성이 떨어지기 전 사전 경고 알림을 주는 시스템인 보관신호등을 도입하고, 수출용 공급이나 복지시설에 기증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했다고도 밝혔다.

고랭지 배추와 같이 품위 변화가 빠른 품목은 산지에서 직출하하고, 수확 직후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예냉 전처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비축기지 3000t 규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밀·콩 등 국산 식량작물을 다량 수매 보관하고 신제품 개발과 판로 확대를 지원하며 식량자급률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곡물 전용 비축기지 신규 설치 등 미래 식량안보 강화에 앞장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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