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달 ‘출사’ 준비 착착…신형 카메라, 월면 닮은 땅에서 시험 돌입
기성 카메라에 열 변화·먼지 버틸 보호재 장착
‘영구 그림자’ 남극서 사용…‘약한 빛’ 촬영 점검
아폴로 때에는 가슴에 카메라 고정해 사용 불편
손에 드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뷰 파인더’ 장착
온몸을 이불처럼 감싼 육중한 우주복을 입은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정면을 응시하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올드린 뒤로는 고운 회색빛 흙이 깔린 평원이 펼쳐져 있다.
이 사진 촬영자는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다. 모델이 된 올드린의 전면 햇빛 가리개(선바이저)를 자세히 보면 촬영 중인 암스트롱의 모습이 비친다. 이 사진은 인류의 활동 영역이 지구 밖으로 확장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아폴로 계획에 따라 달에 간 우주 비행사들이 쓴 카메라의 성능은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5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일례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쓴 모든 카메라에는 필름이 들어갔다. 그때는 당연했지만, 지금은 너무 구식 기술이다. 하지만 1972년 마지막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뒤 달은 인류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이 때문에 월면 촬영을 염두에 둔 카메라 기술을 굳이 향상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주도로 유럽,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2025년 달에 인간이 착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달에 곧 다시 발을 디딜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할 최신형 카메라가 월면 환경을 염두에 둔 시험에 돌입했다.
어둠 속 촬영 능력 중점 확인
최근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2025년 달에 착륙할 아르테미스 3호 우주비행사들이 쓸 카메라를 고안해 지구의 특정 장소에서 실전과 같은 성능 시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개한 시험 장면을 보면 카메라 크기는 사진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디지털 단일렌즈 반사식 카메라(DSLR)’ 만하다.
연구진은 ESA 공식 자료를 통해 “시중에서 팔리는 고성능 카메라를 골라 몇 가지 개조를 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 카메라에는 필름 대신 이미지 센서로 사물을 담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에 더해 카메라 몸체에 영하 200도~영상 120도에 이르는 달의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디고, 월면에 쌓인 먼지를 막아낼 두꺼운 보호재를 씌웠다. 작동 버튼도 우주복에 딸린 둔탁한 장갑으로 쉽게 누를 수 있도록 재배치했다.
이 카메라를 시험 중인 곳은 스페인 란사로테섬이다. 이곳에 산재하는 용암 동굴은 연구진이 란사로테섬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다. 동굴 속은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들이 달에서 우주복에 달린 비교적 작은 인공조명만으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살피는 것이 이번 시험의 중요한 목표다.
연구진은 왜 어둠을 찾아갔을까. 2025년 우주비행사들이 내릴 착륙 예정지가 달 남극이라는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달 남극은 이전에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내린 평평한 월면과 다르다. 크고 작은 충돌구가 집중적으로 흩어져 있다. 주먹으로 때린 밀가루 반죽처럼 움푹 파인 충돌구의 깊숙한 안쪽에는 365일 해가 들지 않는, 완전히 깜깜한 ‘영구 그림자 지대’가 존재한다.
햇빛이 없다는 점은 열을 낼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영구 그림자 지대는 초강력 냉동고다. 영하 200도가 지속된다. 여기에 물이 꽁꽁 언 얼음 상태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보고 있다.
영구 그림자 지대에 걸어 들어가 향후 유인 우주기지에서 식수 등으로 사용할 얼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주변 환경을 촬영하려면 어둠 속에서도 잘 작동할 카메라가 필요하다. ESA는 “매우 적은 빛에 의존해 사진 촬영을 하는 일은 여러 면에서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폴로 때 없던 ‘뷰 파인더’ 탑재
이번 시험 과정이 란사로테섬에서 이뤄진 이유는 지형 때문이기도 하다. 이 섬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땅이 매우 울퉁불퉁하다. 월면에서처럼 불안정한 바닥을 발로 디디며 한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은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아폴로 11호를 비롯해 1960~1970년대 달에 간 우주비행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카메라를 우주복 가슴에 부착했다. 가슴에서 뿔이 자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카메라에는 ‘뷰 파인더’도 없었다. 촬영 직전, 자신이 전방 사물을 제대로 겨눴는지 알 길이 없었다. NASA는 뷰 파인더가 월면 활동에서 장애물이 될 것을 우려해 카메라에 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말 그대로 ‘감’에 의존해 렌즈 방향을 월면 피사체로 향한 다음 촬영 버튼을 눌렀다.
2025년 달에 갈 우주비행사들은 손에 들 수 있는 데다 뷰 파인더도 갖춘 카메라를 지급 받는다는 면에서 임무 조건은 나아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추가 시험을 할 예정”이라며 “아르테미스 3호가 지구에서 떠나기 전까지 카메라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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