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들었나 몰라 불안” 한약 소비자 마음, ‘알 권리’ 앱으로 풀어야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여름 무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 물러가고, 아이들은 코를 훌쩍이기 시작한다. 이맘때쯤 친구들에게서도 전화가 자주 온다. 아이들 건강 걱정 때문에 보약을 지어 먹이려는 부모의 마음에서다.
친구들은 “근데, 요즘 한약재 품질은 믿을 만하냐? 네가 지어주면 모르겠는데, 다른 데 가기는 좀 찜찜해서…”라고 운을 뗀다. 그러면 필자는 “언제적 얘기냐? 요새 한약 다 규격품만 쓸 수 있고, 다 안전해. 약재별로 미리미리 검사 다 하는 품목만 쓸 수 있어”라고 답해 주곤 한다. 그러면 이내 “그래도, 난 뭐가 들었는지 모르니깐 좀 불안하더라. 알았어. 그럼, 근처 한번 가 볼게”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전화를 끊고 나면 약간의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 남는다. 사실 한약 안전성 문제는 해묵은 문제이고, 한약의 공급자인 한의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해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해결된 것같아 보이지 않는다.
공급자 측면에서 본다면, 한약이 한의사 손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안전성 문제는 그동안 많은 제도적 보완에 의해서 강화됐다. 특히 2015년부터 한방의료기관에서는 의료용 규격품 한약재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한약재 품질관리기준(GMP) 제도가 의무화됐다. 한약재 GMP 제도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한약재를 생산하기 위한 기준이다. 정부가 마련한 방식에 따른 검사 절차를 충족해야 한방의료기관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국산 한약재이든 수입 한약재이든 입·출고 시에 관능 검사, 정밀 검사, 유해물질 검사를 진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리고 일선 한방의료기관에서는 이러한 의료용 규격품 한약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공급자 관점이 아닌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 관점에서는 이러한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찜찜함이 남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성은 생산지에서 의료기관까지 유통 과정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능동적인 선택 권한인 ‘알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난 뭐가 들었는지 몰라서 좀 불안하더라”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소비자들은 최종적으로 자신이 복용할 한약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스스로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원산지와 처방에 사용된 개별 한약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이 부분에서 한약 안전성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간극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공급자인 한의사 입장에서 처방은 하나의 지적재산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소비자인 환자는 알 권리를 왜 제공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중요시하는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방愛(애)’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처방받은 한약의 QR코드를 이 앱에 실행하면 조제일, 용량, 유효기간 등의 정보와 한약에 들어가는 한약재 이력, 검사 정보, 유통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일부 한방의료기관만 참여하고 있지만, 향후에 이러한 서비스가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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