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1,200만 명 시대… 약 안 먹어 혈압 높은 환자도 400만 명

권대익 2023. 11. 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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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 시트 2023’ 공개
고위험 고혈압 환자 가운데 약을 복용하지 않아 혈압이 140/90㎜Hg 이상인 사람이 47.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환자 1,200만 명 시대가 열렸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3~4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1998~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21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고혈압 팩트 시트 2023(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3)’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30만 명(20세 이상의 28%, 30세 이상의 33%)이 고혈압 환자로 추정된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71%로 나타나 대다수 고혈압 환자가 1~3개 고혈압 약 복용과 적절한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목표 혈압(140/90㎜Hg 미만)’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다행스럽게 고혈압 치료율은 이전보다 크게 좋아져 환자 가운데 치료하는 사람이 1,050만 명, 치료를 꾸준히 받는 사람이 780만 명에 달했다”고 했다.


◇''고위험 고혈압' 환자 47.6% 혈압 조절 안 해

고혈압은 140/90㎜/Hg 이상(가정 혈압의 경우 135/85㎜/Hg 이상)일 때를 말한다(대한고혈압학회, ‘2022 고혈압 진료 지침’). '정상 혈압'은 120/80㎜/Hg 미만이다. 120~129/80㎜/Hg 미만일 때는 ‘주의 혈압’, 130~139㎜/Hg(최고 혈압) 혹은 80~90㎜/Hg(최저 혈압)는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된다.

‘고혈압 팩트 시트 2023’에 따르면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이 전보다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절반가량(47.6%)은 혈압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고혈압’은 합병증은 없지만 무증상 장기 손상·심뇌혈관 위험 인자가 다발성(3개 이상 혹은 당뇨병 동반 시 2개 이상)인 고혈압을 말한다. 그만큼 심혈관질환 발병 및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아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 단순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140/90㎜Hg 미만인데 비해 고위험 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130/80㎜Hg 미만이다.

팩트 시트 발간을 주도한 김현창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고위험 고혈압 환자 가운데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인 사람도 47.6%나 된다”며 “이는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한데도 고혈압 약을 아예 복용하지 않거나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혈압이 높은 사람이 400만 명이 넘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고혈압 환자의 10~15%에 해당되는 ‘저항성 고혈압(resistant hypertension)’도 문제다. 저항성 고혈압은 △이뇨제를 포함한 3가지 이상 고혈압 약을 병용했는데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4가지 이상 고혈압 약을 사용해야 목표 혈압에 도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저항성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단순 고혈압보다 1.5배 높고, 말기 신부전증 발생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5개 이상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치료 불응 고혈압(refractory hypertension)’이라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5배까지 치솟는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정책이사(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저항성 고혈압의 임상적인 중요성과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선 질병 코드를 따로 분류해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은 물론 온몸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박성하 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협심증·심근경색·심부전·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과 함께 만성콩팥병, 망막 출혈에 의한 시력장애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 시트 2023'

◇소금 섭취 제한·유산소운동 등 필요

고혈압이 없어도 최소한 2년마다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다. 혈압이 다소 높거나 가족 중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는 고위험군은 매년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여부를 조기 진단하는 것을 대한고혈압학회는 권장한다.

혈압 측정법으로는 ‘진료실 혈압(office blood pressure)’을 권고하고, 가정 혈압 등 ‘진료실 밖 혈압(out-of-office blood pressure)’은 혈압이 높은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고혈압이라면 우선 운동ㆍ식습관ㆍ금연ㆍ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과 함께 약물 치료를 시행하면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뚜렷해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손일석 대한고혈압학회 기획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다만 “160/100㎜Hg 이상으로 혈압이 매우 높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2 고혈압 진료 지침’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를 6g으로 제한 △체질량지수(BMI) 25㎏/㎡까지 감량 △하루 2잔 이하로 절주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5~7회, 한 번에 30분 이상 권고 △금연 △채소ㆍ과일과 지방이 적고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ㆍ섬유소ㆍ미네랄ㆍ비타민 등이 적절히 포함된 식사 권장 등의 생활 요법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 혈압 측정 전 꼭 기억해주세요]

1. 아침 저녁 하루 2회

- 아침: 약물 복용 전, 식사 전 측정

-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측정

2. 화장실 다녀온 후 5분간 휴식 후 측정

3. 측정 전 30분 이내 흡연 및 카페인 섭취 금지


[올바른 가정 혈압 측정법 3가지]

1. 의자에 등을 기대앉아 혈압 측정 준비

2. 커프를 위팔, 심장 높이에 착용

3. 측정 후 혈압 수첩에 측정치를 모두 기록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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