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품은 '메가 서울'? "우리도 껴달라"…총선판 들썩인다
[편집자주] 여당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을 선언했다. 다른 인접 도시의 통합도 검토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판세를 뒤흔들 초대형 이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구 1000만 이상의 해안 도시 '메가 서울'은 탄생할 수 있을까.
만약 서울에 김포시 뿐 아니라 서울 인접 도시 가운데 현재까지 주민들이 서울 편입 요구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는 하남, 광명, 구리, 안양, 부천, 성남까지 편입된다면 인구 1293만9000명(3일 국가통계포털 기준)의 '메가시티 서울'이 탄생하게 된다. 여기에다 상대적으로 아직은 의견을 뚜렷하게 피력하지 않고 있는 의정부, 남양주까지 추가되면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현재보다 훨씬 거대한 소비시장과 IT(정보기술)·인프라·교통망을 갖춘 '메가시티'가 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상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김포시 등의 서울 편입 문제를 논의할 당내 기구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이끌 5선의 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몇 개 도시가 서울에 편입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걸 백지 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면서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선 5,6개 도시는 합류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전문가들과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서울 확장'이 아닌,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일치되도록 경계선을 조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특위 출범을 발표하며 "주민들의 생활권, 통근, 통학, 지리적 위치와 행정 구역을 일치시켜 주민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논의가 자칫 서울과 경기, 경기 내 도시 간 '갈라치기'로 비치거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메가 서울'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는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는 중이다. 현재 하남, 구리, 고양 등에서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위는 오는 6일 현역 의원과 전문가, 시민 등을 포함한 15명 안팎의 위원을 임명할 방침이다.
특위는 향후 '메가 서울'의 범위, 관련 법안 발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의원 입법 형식의 특별법 발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이 또한 특위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당에서 얘기한 게 김포이기 때문에 우선 김포 편입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도시까지 확장할지 여부는 지방균형발전과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 발의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여부를 떠나 행정적 절차를 따져볼 때 물리적으로 이번 국회에서 법안 통과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내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내년 초부터 사실상 총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국회 상임위에서의 법안 심사와 본회의 상정은 22대 국회로 넘어가 다시 법안을 발의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결국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국회 입법을 통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성사될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주민투표까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메가 서울'은 총선 기간 내내 주요 의제로 부각되며 표심을 좌우할 전망이다. 그러나 주민투표 자체도 난관이 예상된다. 주민투표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해야 하는데, 경기분도 주민투표도 얽혀있어 투표 범위 등 결정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은 "특위에서 서울 편입 도시를 선별해 법안 발의를 하고 행안부 장관이 주민투표 범위를 정해 선관위에 의뢰하면, 선거 공고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2월부터 국회는 사실상 문닫기 때문에 다음 국회에서 심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국회 입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여론 추이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변수다. 당장은 서울 인접 도시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 비교적 개발 수준이 낮은 지역 주민들의 민심도 관건이다. 여당 내에서도 서울 외곽지역 일부 당협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 시내 해당 지역보다 김포에 개발 자원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58.6%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신중한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여당은 메가 시티가 전세계적 트렌드와 부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메가 서울' 구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북도 분도론은 세계적 트렌드에도 맞지 않고 도시 발전에 저해요인이 되며 정치인과 공무원만 좋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면 메가서울은 고급인력의 집중, IT 및 교통, 통신 등 인프라 구비, 1000만명이 넘는 거대한 소비시장, 글로벌 기업들의 R&D(연구·개발) 센터나 지역본사 입지 등 혁신과 생산성 면에서 월등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구리는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작아서 정무적 판단 필요 없이 서울 편입을 가장 빨리 추진할 수 있는 지자체다. 서울 통근 인원 비율도 김포보다 높다."(나태근 국민의힘 구리시 당원협의회 위원장)
"하남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1차 마감 결과 94.6%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 135명만 반대했다."(이창근 국민의힘 하남시 당협위원장)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을 발표한 데 이어 '메가시티 서울'로의 통합 검토 대상을 다른 도시로까지 확대하면서 서울과 인접한 고양, 구리, 광명, 하남 등 서울 인접 도시들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교통 인프라 등에서 애로사항을 호소해온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일시에 분출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역의 시장과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창근 위원장은 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31일 오후부터 2일까지 하남 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1차 마감을 했는데 94.6%가 찬성했다"며 "중앙당과 서울시에 공식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자치회 회장단과 통장협의회 연합회 임원들 대상으로 전화설문도 했는데, 회장단 14명은 전원 찬성, 임원은 16명 중 13명 찬성 1명 반대, 2명 무응답으로 압도적 지지를 표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인구의 절반이 신도시에 산다. 위례 자체도 기형적 태생이었고 미사, 감일 등 신도시의 인구가 각각 약 13만, 4만명이 넘는데 교통 불편이나 주민들 요구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남시에선 위례신도시·감일지구 주민들이 3일 서울편입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현재 하남 위례신도시는 송파구와 남한산성 사이에 위치해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고 감일지구도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고 서울 편입 추진위를 구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꾸준히 위례신도시와 감일지구 주민들은 버스·지하철 등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인한 교통민원과 학군·과밀학급 등 교육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했다.
나태근 위원장은 "지금 구리가 경기도 자자체 중에서 네 번째로 서울 출퇴근 인구 비율이 높다"며 "특히 갈매신도시 같은 경우 거의 100% 서울로 통합하자고 하고 우리라도 따로 떼어내 편입시켜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고 저희도 추진위를 준비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했다.
나 위원장은 "구리는 경기 지자체 중 가장 작아서 서울 편입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단체장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어서 모든 면에서 구리가 서울 편입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고 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2일 시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리시의 지역 발전을 위해 서울시 편입이 유리하다"며 "공청회 등 주민의견을 듣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첫 입장 발표다.
나 위원장은 또 "구리는 광역 버스 노선 같은 것들을 서울시와 협의를 많이 해야 하는데 잘 협의가 안 된다. 특히 갈매동 주민들은 영향이 크다"며 "서울로 편입되면 교통 면에서도 이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고양시 당협도 서울 편입의 당위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은 더300과의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서울 4대문 밖에 신촌, 뚝섬도 다 고양(군)이었다"며 "서울시와 접점도 많고 생활권도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과 지하철 3호선 기지창이 경기 고양시에 위치하는 등의 '모순'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고양시 삼송동, 화전동은 지역번호도 031(경기)이 아닌 02(서울)를 쓴다"고도 말했다. 이어 "일단 시민 차원에서 서울 편입 추진위를 구성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900만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려면 김포로는 부족하고 고양까지 두 개 도시가 묶여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가시티 서울' 논의를 이끈 김포 지역의 여론도 무르익고 있다.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은 "저희가 경기북도는 안 된다면서 서울시 편입을 주장한 게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전부터 얘기했는데 그때만 해도 '선거 앞두고 이상한 거짓말 공약을 하냐' 비아냥과 조롱 일색이었다"며 "이번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론 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특위도 구성하는 등 여러 일들을 보면서 주민들이 반신반의했던 게 믿음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광역버스가 마음 놓고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총량제에 제한을 안 받아서 버스 교통도 좋아질 것이고 제가 제안했던 올림픽대로 지하화나 여러 문제들이 같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의회 차원에서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시 편입 문제에 대해 '다양한 검증을 통해 성남시의 유불리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내세웠다. 부천시의 경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고 서울 편입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광명시의 경우 국민의힘 당협 차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편입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태진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광명시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박승원 광명시장에게도 서울 편입 추진을 요청할 계획이다.
안양시도 가세했다.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안양시의원 등 4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양시의 서울 편입을 촉구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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