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독 中인민은행이 금을 많이 사는 이유는?[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11. 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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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금 매입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은 분기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337t(톤)의 금을 사들이며 금 보유량을 계속 늘렸다. 올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은 800t에 달한다. 작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터키, 인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금을 매입했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왕성한 식욕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올해 1~9월 인민은행은 181t의 금을 사들였다.

그런데 인민은행은 금 보유량을 늘린 반면, 미국 국채는 줄이고 있다. 2018년 이후 감소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규모만 약 4000억달러에 달한다. 거꾸로 가는 중국의 금과 미국 국채 보유를 살펴보자.

2192t의 금을 보유한 중국
중국이 본격적으로 금 매입에 나선 건 작년 말이다. 지난해 11월 인민은행이 38개월 만에 금을 다시 매입하기 시작한 이후 올해 9월까지 243t의 금을 사들이면서 보유량이 2192t으로 늘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왕성한 수요 때문에 최근 금값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에도 1온스(31.1g)당 2000달러 언저리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달러를 무기 삼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킨 이후, 일부 중앙은행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에 나선 것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중국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다. 지난 3분기에는 78t의 금을 매입하며 1위를 차지했고 폴란드(57t), 터키(39t)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1081t의 금을 매입하며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이후 금 매입 추세가 둔화되리라고 예상됐지만, 중앙은행들은 올해도 금 매입을 지속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올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지난해 수준(1081t)에 육박하거나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아직 세계 1위와는 차이가 크다.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 순위에서 인민은행은 2113t으로 6위를 차지했다(9월말 기준 보유량은 2192t). 금 보유량 1위인 미국(8133t)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며 2위인 독일(3353t)보다 1000t 넘게 적다. 다만 중국이 공격적인 금 매입을 지속한다면 3위 이탈리아(2452t)에는 조만간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t으로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8054억달러로 줄어
중국은 금 보유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미국 국채 보유량은 꾸준히 줄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규모는 805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164억달러 감소한 규모로 중국은 4월 이후 국채 보유 규모를 600억달러 넘게 줄였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2013년 11월 1조3167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며 2018년에도 1조2000억달러에 육박했으나 불과 5년여 만에 3분의 1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잔액 감소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액 감소 영향이 크지만, 작년 11월 이후 일본 등 주요국들의 미국 국채 보유잔액은 증가하는 등 중국과는 상이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9년만 해도 1위였으나 계속해서 국채를 팔면서 일본에 이어 2위로 하락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일본이 1조1162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은 8054억달러로 2위다. 3위 영국(6981억달러)보다는 1073억달러 많은 규모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 파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팔아서 채권 값을 떨어뜨리고 국채 금리를 높임으로써 미국 정부의 부담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뿐 아니라 8000억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도 손해다. 그보다는 중국이 추진 중인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위안화 국제화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를 계기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든 '디리스킹(탈위험)'을 추구하든 미·중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향후 미국채 매도와 금 매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
역설적이지만,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킨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위안화 결제가 급증한 것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잔액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에서 약 75%가 위안화로 결제될 만큼 위안화 결제가 급증했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천연가스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면 러시아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대금을 위안화로 다시 결제하는 등 양국간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적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러시아와의 위안화 무역결제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가 추진력을 얻게 된 것이다.

중국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도 최근 미국의 금융시스템 무기화가 중국 등 일부 국가에게 자산 다변화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3조115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달러 비중을 낮추려고 시도할 법하다.

계속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등 미국 제재가 중국 경제 및 금융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여겨지면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늘리기보다는 줄일 동기가 커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의 디리스킹(탈위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계속 이어지고 자산 다각화 측면에서 금 보유량은 늘려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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