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서울시 김포구' 논란…기대감 속 통합효과 '갸우뚱'

양정우 2023. 11. 5. 0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포 '구애' vs 서울 '신중'…5호선 연장·매립지 확보 등 손익계산
2010년 마창진 2014년 청주·청원 통합…일부 성과 속 부정평가도
'김포 서울 편입 추진' 논란 (김포=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11.1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가 정국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행정구역 통합이 어떤 효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편입안을 먼저 공론화한 김포시의 경우 서울이 김포를 품을 경우 얻을 실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통합에 신중한 태도다. '서울시 김포구'가 탄생할 경우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넘어 내년 총선 등 정국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 바다·항구·땅 얻게 될 것"…김포의 '구애' vs 신중한 서울

김포의 서울 편입 작업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층 힘을 받은 모양새다. 김포시는 먼저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와 간담회 등을 계획하며 서울 편입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언론을 통한 홍보전에도 바짝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도시를 보면 항구와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 많다. 서울시가 김포를 품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면서 "서울의 절반 면적인 김포에는 개발 가용지가 60% 이상 남아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포시는 서울로 편입이 김포에 큰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5일 "행정구역 통합은 서울과 김포가 상생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출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우리 시민 80%가 서울로 향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교통 인프라를 서울과 공유하게 되니 출퇴근 혼잡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포시는 그간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숙원사업으로 꼽아왔다. 김포 골드라인이 출퇴근 시간대만 되면 지옥철로 변하며 시민들의 원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서울로 편입될 경우 5호선 연장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동행버스 시승한 오세훈 시장 (서울=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주민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맞춤형 광역교통수단인 '서울동행버스'를 시승한 뒤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김병수 김포시장,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과 함께 김포시 풍무홈플러스 정류장에서 '서울동행버스' 02번에 탑승했다. 이 버스는 김포 풍무동과 서울 김포공항역 일대를 오갔다. 2023.8.17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김포가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포의 지방세 규모가 약 2천500억원가량인데, 서울 자치구로 들어가면 이를 서울시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포 편입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음에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이달 1일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예산안 발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의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도시 연담화(도시가 성장하며 주변 도시와 기능적으로 결합하는 것) 현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라면서 "연담화 현상을 행정체계 개편으로 담아내는 사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기"라며 "그런 점에서 우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2025년까지 쓰레기매립장 신규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서울시가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김포 편입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포가 행정구역 편입을 조건으로 쓰레기매립지를 내줄 경우 지역민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탓에 행정구역 통합을 매개로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하나된 '마산·창원·진해'·'청주·청원'…엇갈리는 통합 효과

행정구역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장밋빛 기대가 넘쳐난다. 광역시 부럽지 않은 도시 경쟁력, 인구 증가, 규모의 경제 실현, 역내 균형 발전 등 설렘이 가득한 전망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처럼 작은 지자체가 광역 지자체로 편입되는 경우 전자의 기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합 이후 청사진이 실현됐느냐를 두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자율에 의해 통합을 이뤄낸 청주시와 청원군은 2014년 통합 청주시를 출범했다. 청주·청원통합은 1994년 중앙정부 중심으로 논의가 나오며 군불이 지펴졌으나 정작 두 지자체가 하나가 된 건 20년이 지나서였다.

충북 행정지도 바꿀 청주·청원 통합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2012년은 충북 행정·경제 지형의 대변혁을 예고한 해로 기록됐다. 지난 6월 청원군민 투표로 통합이 결정된 직후 기쁨을 나누는 이시종(사진 가운데) 지사와 한범덕(왼쪽) 청주시장, 이종윤 청원군수. 2012.12.30 bwy@yna.co.kr

1994년, 2005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두 지자체가 협의와 투표를 통해 통합을 시도했으나 여론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했고, 2012년에야 3전 4기 끝에 행정구역 통합에 합의했다.

두 지자체가 하나로 합쳐진 지 10년, 통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인수 부연구위원과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손호성 교수는 2021년 '기초지자체 통합 효과 분석 : 청주-청원 통합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두 지자체의 통합이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유의미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2014년 출범한 통합 청주시의 각종 지표와 두 지자체가 통합하지 않았을 경우의 가상 모델을 만들어 두 집단 간 변화를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청주·청원 통합 이후 재정자립도(지자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 정도)나 재정자주도(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재원 비율)는 유의하게 향상한 반면 규모의 경제 달성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통상 지자체들이 통합 과정을 거치면 행정 중복 기능이 사라지고, 공공재의 평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청주·청원 통합 사례에서는 이런 효과가 눈에 띄게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도 의미있는 증가를 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통합 논의가 나올 때는 통합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반짝 이야기하지만, 통합 이후 실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없다"면서 "변화를 알아보고, 이를 정책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 창원시 10돌 축하 핸드 프린팅 (창원=연합뉴스) 통합 창원시 출범 10돌이자 제10회 시민의 날인 1일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과 시민대표들이 시청 현관에서 핸드 프린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1 [창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aman@yna.co.kr

청주·청원에 앞서 2010년 마산·창원·진해를 하나로 묶은 통합 창원시의 경우 인구 109만명, 예산규모 2조 3천억원, 737㎢의 면적을 가진 경남 최대 광역도시의 탄생, 서남해권 산업도시로 경쟁력 제고 등 통합을 앞두고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출범 이후 통합 창원시와 주변 기초 지자체 간 격차, 통합 지역 내 발전 불균형 등 여러 문제가 통합의 부정적 효과로 거론돼 왔다.

경상대 민병익 교수는 옛 창원과 마산, 진해 시민 등 총 450명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통합 관련 인식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2015년 '행정구역 통합 후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인식변화의 원인 분석 : 통합 창원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 담았다.

설문 결과를 보면 통합으로 행정의 효율성, 지역 경쟁력, 지역 균형발전, 행정의 대응성, 주민참여의 활성화 등 5개 항목의 변화에 대한 응답자 평가는 모두 평균 3.0(5점 척도) 이하를 기록해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더 컸다.

또 통합 이전 주민 지지도는 평균 3.28이었나 통합 이후에는 평균 2.63으로 크게 떨어졌다.

민 교수는 "창원시 통합의 경우 주민 인식에서 행정구역 통합 이전의 기대만큼 통합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합방식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며, 특히 거대 도시로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ddi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