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타에 '상생금융 시즌2' 임박…어떤 방안 담기나
'서민금융 재원' 출연요율 인상…특례보증도 11곳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동원해 은행권을 질타하자 이들이 내놓을 새로운 상생금융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이 나오자 은행권은 향후 3년간 10조원을 공급하는 상생금융 강화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생 전도사'를 자처하며 각 금융지주나 은행 등을 방문하면서 추가 지원안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가계 및 소상공인 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 등을 언급한 만큼 각 금융그룹은 '상생금융 시즌 2'에서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은행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서민금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원 출연을 늘리고 관련 상품 취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지주 회장 16일 간담회…서민금융 활성화 방안도 속도
당초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진의 파악'에 주력하던 모습이었다.
당시 대통령실도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 국무위원, 다른 국민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 어떠한 정책과 직접 연결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다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의중은 명확해졌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은행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로 규정하고 금융 분야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발언한 이후 한 차례 시행된 상생금융에 이어 '시즌 2'가 시작됐다는 반응이었다.
큰 틀의 방향성은 주말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이 모이는 비공식 간담회(F4)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6일 회계업계와의 행사에 참석하는데,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상생금융 전도사' 역할을 해왔던 이 금감원장의 입을 통해 F4 회의에서 논의된 방향성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구체적인 은행권 상생 패키지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 간 간담회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래 16일 만남은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 차원에서 계획돼 있던 일정이었는데 현재 상황상 사회공헌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중장기적인 서민금융활성화 방안은 12월 초를 전후로 별개로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5대 금융지주, 소상공인·청년층 이자 깎아주고 사업비 무상지원
각 금융그룹은 16일 간담회를 앞두고 구체적 상생방안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특히 소상공인과 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 등을 지적한 만큼, 대책의 초점도 주로 취약계층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 등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 3일 선제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 대한 1천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665억원 정도 돌려주는 방안이 핵심이다.
또한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등 은행이 선정한 금융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만원, 약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 신규 가맹점 소상공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약 20억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방안 등도 실시한다.
KB·신한금융그룹도 이번 주말 내내 회의를 거쳐 이르면 6일 주요 상생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KB금융의 경우 우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의 이자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도 대출 금리가 연 7%를 넘는 대출자가 만기를 연장할 때 2%포인트(p) 우대 금리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이런 프로그램의 시한을 연장하거나 수혜 대상과 금리 인하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KB금융그룹은 대출 등 금융 지원이 아닌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사회공헌 측면에서 영세 소상공인의 사업비 절감을 위해 각종 공과금·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진옥동 회장 주재로 주말 마라톤 회의를 거쳐 상생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시행 중인 소상공인·중소기업·청년층 상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간 연장과 함께 금리 인하, 연체이자 감면, 매출채권보험료지원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임종룡 회장과 모든 계열사 대표가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주말에도 계열사별로 기존 상생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 대출 차주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저금리 대환 대출 공급 확대, 소상공인 이자 면제, 자영업자의 입출식 통장에 대한 특별우대금리 신규 도입, 청년전용대출 한도 증액과 이자 캐시백 및 일부 감면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금융은 농업·농촌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기조 아래 상생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금융판 이익공유제' 확대…서민금융 출연요율 인상
금융지주의 상생금융 패키지와 별도로 정부가 추진 중인 서민금융 활성화방안 마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2월 목표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대통령 발언이 나온 만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안은 서민금융 관련 상품 및 운영체계 개선과 함께 충분한 재원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의 공헌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큰 틀에서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요율 인상, 차등 출연요율 개편 등을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업권별 인상폭을 저울질 중이다.
서민금융 생활지원에 관한 법률 46조는 신용보증을 통해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에 서민금융 보완계정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47조는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여신전문사 등의 금융회사가 대출금의 연 비율 0.1% 내에서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42조는 출연비율을 0.03%로 규정하고 있다.
일종의 '금융판 이익공유제'에 해당한다.
서금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융회사의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천300억원으로, 이중 1천100억원을 은행이 납부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은행의 출연요율을 0.06%로 올리면 은행의 연간 출연금은 2천200억원, 법상 한도인 0.1%를 채우면 연 3천700억원의 서민금융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보완계정 외에도 은행권이 기존 프로그램이나 별도의 기금·분담금 등에 추가 출연을 통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출연 가능한 재원의 규모 등이 어느 정도 확정이 되면 어떤 형식으로 낼 것인지가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이 이미 서금원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에 재원을 출연하는 상황에서 추가 기금 조성 등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어 충분한 검토가 선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저신용자 특례보증 취급 연내 11곳까지 확대…햇살론도 정비
급전 수요가 커진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민금융 상품 확대 및 재정비도 이뤄진다.
최근 이용자가 몰리며 '오픈런 대출'이란 별명까지 얻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경우 취급 은행이 연내 11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기존 서민상품 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최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금융권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돈 빌릴 곳이 부족해진 이용자들이 몰리며 한도가 풀리는 매달 첫 영업일마다 '완판'을 기록 중이다.
기존 지방은행 2곳(광주·전북은행)과 저축은행 4곳(NH·DB·웰컴·우리금융) 등 6곳만 최저신용자 특례 보증을 취급하며 공급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지난달 저축은행 3곳(하나·IBK·신한)이 대출을 시작했으며, 연내 BNK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 등 2곳이 합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안해 취급처를 계속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역시 '씁쓸한 흥행'을 기록 중인 소액생계비대출 사업에 은행권이 기부금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재원 소진으로 추가 재원을 확충했을 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권이 이 사업에 3년간(2023년~2025년) 총 1천500억원을 기부하기로 발표했는데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다.
재원·공급 채널별로 복잡하게 나뉜 '햇살론'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햇살론 '재원 칸막이'를 없앨 경우 서민들의 급전 수요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신호경 박대한 임수정 한지훈 민선희 기자)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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