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신생아 500분의 1 '구순구개열'…"첫 봉합수술 중요"

강승지 기자 2023. 11. 5.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면기형 중 흔한 편"…여러 요소 복합적 적용
성장과정에 맞춰 결손 부위 제때 재건·교정해야
양쪽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양측성 구순구개열’/(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신생아 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고 선천성 태아 안면 기형으로는 흔한 편인 '구순구개열'은 환아의 성장 과정에 사회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줘 제때 적합한 치료가 중요하다. 환아가 안정감을 느끼고 치료에 임할 환경만 만들어진다면 결함 없이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성형외과 의료진의 조언이다.

5일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에 따르면 구순구개열은 입술과 입천장 외에 근육과 연골, 뼈가 총체적으로 갈라지는 질환이다. 국내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구순구개열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입술이 갈라진 구순열과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이 함께 발생한다.

구순열과 구개열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비율은 각각 20%, 30% 정도다. 구순열 중에서도 입이 부분적으로만 갈라지는 경우도 있고 콧구멍까지 완전히 갈라지는 경우도 있다. 구개열 역시 입천장만 갈라진 경우도 있지만 잇몸까지 모두 갈라지는 치조열이 동반되는 등 정도와 범위는 다양하다.

김지남 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설명하기를 태아의 입술은 임신 4~7주 사이에 형성되는데 이때 입술 또는 입천장을 만드는 조직이 유합되지 못해 발생한다. 구순구개열을 적절한 시기에 올바르게 치료하지 못하면 입술과 잇몸뿐만 아니라 코, 치아, 턱 등 안면 전체의 성장이 방해되거나 변형이 올 수 있다.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여러 요소의 복합적 작용으로 태아의 세포 형성 부족, 증식 부전, 성장 장애를 유발해 구순구개열이 생긴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극히 드물게 유전, 임신 초기 약물 복용이나 엽산 또는 비타민C 결핍, 임신 이후 발생한 저산소증이나 홍역 같은 질병이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구순구개열이 있으면 외모뿐 아니라 먹고 말하고 듣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외형과 기능을 갖추려면 갈라진 입술과 입천장을 봉합하는 첫 수술을 잘 마친 뒤 성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환자는 태어난 뒤부터 얼굴 뼈 성장이 끝나는 만 20세까지 평균 18년간 최소 5회 이상 수술을 받게 된다.

오태석 교수는 "입술과 입천장을 봉합하는 첫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입술 봉합은 100일경에 하고 돌 무렵에 입천장 봉합 수술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수술 시기는 구순구개열 정도와 범위, 동반된 선천성 기형, 마취 위험도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만큼 환자마다 다르다.

1차 수술을 잘 마치면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형 교정을 위한 2차 수술이 이어진다. 사회성 발달을 고려해 초등학교 입학 전 코와 입술 변형을 교정한다. 저학년 무렵 갈라진 잇몸 사이에 뼈를 이식하고, 얼굴 성장이 끝나는 사춘기 이후 최종 코 수술을 한다. 상악(위쪽 턱)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은 경우 얼굴 뼈 성형까지 마치면 주요 치료가 마무리된다.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맨 왼쪽)가 구순구개열 환아에게 잇몸뼈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구순구개열은 환자에 따라 조직과 비뚤어진 정도가 제각각이다. 환자 대부분이 1세 미만이라 의료진의 사소한 실수에도 신경과 근육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증상도 여러 부위에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작은 입술과 입천장에서 이뤄지는 수술이지만 그 안에 모든 성형외과 기법이 총 망라된다.

치료는 환자 성장 과정을 따라 오래 이어지는지라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며 치료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지남 교수는 수술 후에 울거나 기침, 젖꼭지, 손가락 빨기 등 입술에 긴장을 주는 행위를 하게 되면 봉합된 곳이 다시 벌어지거나 흉터가 심하게 남을 수 있다며 "보호자도 지속해서 봉합된 곳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병원들은 치료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다학제 협진을 진행하고 있다. 구개열 환자는 중이와 비강을 연결하는 관이 올바로 기능하지 못해 중이염이 나타나고 청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유아기부터 관련 치료를 시행하며 언어치료로 발음장애를 개선하고 구순구개열 치아교정도 하면 도움이 된다.

오 교수는 "환자마다 개별적 질환 정도와 발달 사항이 달라 결손 부위를 정교하게 재건하려면 의료진의 해부학 지식과 수술 경험이 중요하다"며 "수술 기법이 나날이 발전해 최근에는 수술 부위에 미세한 흉터만 남을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다.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기능과 외적 결함 없이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