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참석 안 하면 결석?…'종교의 자유' 묶인 미션스쿨 학생들

한 학교 교실의 모습./사진=뉴스1

일부 종립학교(미션스쿨)가 종교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취지와 다르게 학생의 종교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이 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A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대체 과목 없이 종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개신교 기반 A 예고의 경우 전학년에게 주 1회 종교 교육을 실시한다. 이 시간에는 목사가 성경 구절을 소개하거나 기독교 영화를 시청한다. 이와 별도로 1주일에 1회 전학년이 모여 예배 행사(채플)도 갖는다.

하지만 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2010년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종립학교라도 종교 교육을 강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모 고교 출신 강모씨가 학교를 상대로 "종교 교육이 지나쳤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강씨의 손을 들어주며 종교 수업을 하면서 대체 과목을 개설하지 않거나 종교행사에 참석할지 사전 동의를 얻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교육부 역시 학교가 종교 과목을 개설할 경우 비종교 과목을 편성해 학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교육부 고시는 A예고처럼 학생이 학교를 선택해 입학할 수 있는 경우 종교 과목을 대체 과목 없이 개설할 수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서울 시내 9개 학교가 종교수업을 필수로 요구하면서 대체 수업은 운영하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이 가운데 A예고의 경우 여전히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A예고 말고도 서울시내 비평준화 종립학교 6곳이 종교 과목을 단수로 개설했는데 모두 학생·학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이들 학교 중 한 학교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동의를 받는 것이 절차여서 지킨 것"이라고 밝혔다.

A예고는 학생 모집시 요강을 통해 종교과목 단수 개설을 안내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예고 관계자는 "학교가 올리는 모집 요강은 교육청 승인을 받게 돼있다"며 "교육청 허락을 받은 요강인 만큼 별도 동의 절차는 없고 학생들이 다 알고 들어온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종교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A예고의 한 학생은 "모집 요강에서 사전에 안내 됐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없다"며 "종교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 무단 결석이 되는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 다른 학생은 "모집 요강에서 종교 과목 관련 내용을 본 기억은 없지만 미션 스쿨(종립학교)이라서 그러려니 생각했다"며 "간혹 불편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수하며 다니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강산 시의원은 "대법원 판결과 교육부 고시에 명시돼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학교는 동의없이 종교 과목을 단수 개설해 학생들의 종교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