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간식] “우리농산물 매력 전하는 데 부각만 한 것 없죠”

황지원 2023. 1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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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은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영예로운 자리다.

지금까지 전통주·장류·김치류 등에서 96명이 선정됐으나 부각 명인은 단 한명, 오희숙 명인(68)뿐이다.

이러니 우리농산물의 매력을 전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데 부각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오 명인 설명이다.

오 명인의 부각이 맛있는 데는 기름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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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식품명인’ 오희숙 명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은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영예로운 자리다. 지금까지 전통주·장류·김치류 등에서 96명이 선정됐으나 부각 명인은 단 한명, 오희숙 명인(68)뿐이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오 명인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부각 만드는 걸 보며 자랐다. 요리를 거들려고 할 때면 어머니는 귀한 딸이 고생할까 한사코 말렸다. 그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부각을 만든 건 1978년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경남 거창 파평 윤씨 종갓집으로 시집온 오 명인은 시어머니 밑에서 부각 제조법을 배웠다.

“시어머니는 가을걷이한 농산물에 찹쌀풀을 입혀서 잘 말리고 이를 장독대에 보관해두셨지요. 손님이 오면 이를 튀겨 부각으로 만들어 내셨습니다.”

집안 음식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걸까? 부각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건 외국인이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서 일하던 오 명인의 남편은 외국인 바이어를 상대할 일이 많았다. 그들에게 직접 튀긴 부각을 선물로 줬더니 고소하면서 바삭바삭한 맛에 반해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외국인 입에도 내 부각이 맛있구나!”

그때부터 오 명인은 부각 상품화를 위해 애썼다. 1992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식품기계전시박람회’에 참가해 부각을 홍보하자 대형 백화점 관계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그해 회사를 세워 부각 제조를 시작했고 12년 만인 2004년, 식품명인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오 명인은 국산 재료만 써서 부각을 만든다. 쌀은 농협에서, 감자와 고추는 인근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쌀 1t과 농산물 1t을 합해 원물 2t으로 부각을 만들어도 재료를 다듬고 부스러진 부각을 버리면 완성품은 1t밖에 나오지 않는단다. 이러니 우리농산물의 매력을 전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데 부각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오 명인 설명이다.

“외국 바이어들이 외국산 농산물을 써서 수출단가를 낮출 수 없느냐고 문의한 적도 있었어요. 국산 농산물은 가격도 비싸고 수확철에 가져와 1년 내내 보관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지역농가와의 상생이 우선이에요.”

오 명인의 부각이 맛있는 데는 기름도 큰 역할을 한다. 그는 가격이 비싸지만 끓는점이 높아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는 현미유를 쓴다. 튀긴 후에는 원심분리기로 기름을 최대한 털어내는 ‘탈유 과정’까지 거친다. 이때 부서져서 버리는 부각도 많지만 먹을 때 기름이 손에 묻어나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부각 인생 45년, 그는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간다. 해외 식품박람회에 부지런히 참가한 결과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각지에 부각을 수출하게 됐다. 연구소에선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매콤한 시즈닝을 뿌린 불닭맛 부각, 고소한 마요네즈맛 부각 등을 탄생시켰다. 지난달엔 부각을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거창에서 부각 경연대회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부각시장을 함께 키워나갈 사람들을 발굴하려고 해요. 홀로 부각 명인의 길을 가느라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제 노하우를 많은 분께 전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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