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세계를 덮친 호쿠사이 미술의 파도[PADO]
[편집자주] 이모티콘 목록에서 '파도'를 찾아보면 상당히 익숙한 형태의 파도를 볼 수 있습니다. 실은 18세기 일본 화가 호쿠사이의 유명한 작품에서 유래한 이모티콘인데 그 덕분에 호쿠사이는 작품이 이모티콘에 들어간 유일한 화가가 됐습니다. 당시 일본은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던 터라 호쿠사이 본인은 결코 자신의 작품이 서구에 미치는 영향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후 호쿠사이의 작품은 고흐부터 드뷔시에 이르기까지 당대 서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시작해 현재 시애틀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 중인 '호쿠사이: 영감과 영향'은 호쿠사이가 오늘날까지 서구 문화에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전시로, 이를 다룬 뉴욕타임스의 6월 22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인물인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는 쇄국 중이던 에도시대 일본의 다른 모든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원한다고 해도 열도를 떠날 수 없었고, 그의 판화를 인쇄해 팔던 출판사는 가부키 배우, 꽃, 후지산을 그린 그의 판화를 해외로 수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지 몇 년 후인 1849년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이 지금의 도쿄만으로 항해하면서 일본 시장은 강제로 개방되었고 호쿠사이의 목판화는 바다 너머로 퍼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영국, 그리고 곧 미국에서도 도쿄에서 탄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미술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턴 미술관(MFA Boston)에서 열리는 일본 목판화와 세계 현대미술 전시회 《호쿠사이: 영감과 영향》에서는 미술이 더욱 도회적이고 일상을 묘사하고, 또 관찰된 세계가 기호와 심볼의 평면으로 바뀌는 세계적 문화 변화를 이끈 가장 위대한 판화가 한 명이 등장한다.
아름답기도 하고 좀 실망스럽기도 한 작품들이 섞여 있는(그러나 직접 가서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이 전시는 보스턴 미술관의 독보적인 일본 미술 컬렉션을 충분히 보여준다. (실제로 보스턴 미술관은 1892년에 호쿠사이 회고전을 미국 최초로 개최한 바 있다.)
바로 이곳에서 호쿠사이가 15권의 베스트셀러 화책으로 묶어 출간한 목욕하는 사람, 기녀(妓女), 새와 짐승의 망가(漫畵)―망가(만화)의 문자적 의미는 '제멋대로 그린 그림'이다―를 포함해 100여 점의 판화, 회화, 망가 작품을 볼 수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후지산 36경'에는 커피 머그에 인쇄된 유명한 2개 작품을 포함한 11개의 깔끔한 작품이 있다. 커피 머그에 인쇄된 작품은 8월의 후지산을 진흙빛 원뿔로 표현한 <맑은 바람, 맑은 날씨>과 눈 덮인 후지산이 촉수같은 푸른 파도 아래로 사라지는 듯한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큰 파도'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호쿠사이: 영감과 영향》은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18세기와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호쿠사이의 교육, 견습, 독립적인 경력, 그리고 '우키요에'(浮世繪: '뜬 세상 그림'이라는 뜻)로 불리는 판화의 제작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번째 섹션에는 그의 스승 가쓰카와 슌쇼(勝川春章), 그의 최대 라이벌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廣重), 그리고 그의 재능 있는 딸 가쓰시카 오이(葛飾應爲)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가쓰시카 오이의 작품으로 여성 3인이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멋진 두루마리 그림이 전시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다음 후반의 좀 더 국제적인 섹션은 연대, 표현매체, 톤을 넘나들며 호쿠사이의 생생한 구성과 도회적 주제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이동해가며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조명한다.
고갱과 휘슬러의 판화는 호쿠사이의 두툼한 색채와 평면적인 공간을 흡수한다. 일본을 모방한 슈토이벤 유리공장과 부쉐론 보석상들의 장식성 강한 제품들, 호쿠사이의 파도가 표지에 그려진 드뷔시의 '바다'(La Mer) 악보 일부도 전시되어 있다. 또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대개는 없다) 여러 '뉴아트' 작품들이 현대 망가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호쿠사이 자신은 상업적인 영역에서 일했기 때문에(에도 시대에는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서양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전시가 회화에서 망가로 넘어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그는 현대 대중 문화에 완전히 침투하여 스마트폰에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가진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원래의 목판화에서 반쯤 물에 빠져 있는 어부들을 제외한 채 그려진 높이 치솟은 푸른 파도 모양이 그 이모티콘이다.
(계속)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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